이대로 나 괜찮을까?
" 아, 이번 달에도 실패네 "
한 달에 한 번 자연스럽게 나를 찾아오는 대자연의 날을 언젠가부터 실패한 날로 부르게 되었다.
도전과 실패가 거듭되는 나날들.
실패! 다음 기회에!
쿨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다음을 준비하기에 병원비로 지출한 카드 내역서에 온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마음을 비웠더니 임신이 됐어요"
"딩크 부부로 살자! 포기하고 살았더니 두 줄이 딱"
마음을 비워라. 부담 갖지 마라.
지인과 여러 카페를 통해 듣게 되는 성공담들은 어째 하나같이 국영수 위주로 열심히 공부했더니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는 큰 비책 없는 수기처럼 느껴진다.
물론,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확실한 비책이겠으나 당장 다음 달 수능을 앞두고 있는 성적 부진자들은 노림수 섞인 합격 수기를 기대하기 마련 아니겠는가.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비워지기는커녕 이번 달에는 꼭 성공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영영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아이 있는 친구들과의 연락을 자연스럽게 피하고, 임신한 친구 소식에 남이 주지도 않은 상처를 받고,
잠든 남편 등 뒤에 손을 올리고 습관처럼 사과를 하고, 한약을 지어주겠다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마음을 비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너덜너덜 지칠 때로 지쳐버린 내 마음을 지금부터라도 들여다보고 만져줘야겠다. 어디가 고장 났고... 어디에 상처가 났는지. 상처가 되어 꽂힌 말들을 뽑아내고 설움이 되어 막혀버린 부분을 뚫어줘야겠다. 다정하고... 따뜻하게... 내가 나를 좀 안아주고 싶어 졌다.
나는 6년 차 주부이자 난임으로 고생하고 있는 예비 엄마다.
3번의 임신과 3번의 유산을 경험했고, 시험관 시술과 자연임신 시도를 번갈아가며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예비 엄마에서 예비가 떨어져 나갈지 예비 엄마라는 말 대신 딩크 부부로 나를 소개하게 될는지
미래 일은 알 수 없지만, 둘 중 무엇이 됐든 간에 그 과정의 시간이 상처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브런치 공간을 통해 마음 담긴 글을 가감 없이 올리고 그 글이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치유와 회복의 글이 되길 바란다.
그런 마음을 담아 닉네임도 다정한 오늘로 지었다.
다정한 오늘이 되었으면 싶었다.
실패로 거듭난 나날들이 아닌, 다정한 오늘.
그렇게 나는... 다정한 오늘을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