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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오늘 Oct 13. 2020

나는 난임입니다.

이대로 나 괜찮을까?

" 아, 이번 달에도 실패네 "

한 달에 한 번 자연스럽게 나를 찾아오는 대자연의 날을 언젠가부터 실패한 날로 부르게 되었다.

도전과 실패가 거듭되는 나날들.

실패! 다음 기회에!

쿨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다음을 준비하기에 병원비로 지출한 카드 내역서에 온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마음을 비웠더니 임신이 됐어요"

"딩크 부부로 살자! 포기하고 살았더니 두 줄이 딱"

마음을 비워라. 부담 갖지 마라.

지인과 여러 카페를 통해 듣게 되는 성공담들은 어째 하나같이 국영수 위주로 열심히 공부했더니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는  비책 없는 수기처럼 느껴진다.

물론,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확실한 비책이겠으나 당장 다음  수능을 앞두고 있는 성적 부진자들은 노림수 섞인 합격 수기를 기대하기 마련 아니겠는가.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비워지기는커녕 이번 달에는 꼭 성공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영영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아이 있는 친구들과의 연락을 자연스럽게 피하고, 임신한 친구 소식에 남이 주지도 않은 상처를 받고,

잠든 남편 등 뒤에 손을 올리고 습관처럼 사과를 하고, 한약을 지어주겠다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이대로 나 괜찮은 걸까?


마음을 비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너덜너덜 지칠 때로 지쳐버린 내 마음을 지금부터라도 들여다보고 만져줘야겠다. 어디가 고장 났고... 어디에 상처가 났는지. 상처가 되어 꽂힌 말들을 뽑아내고 설움이 되어 막혀버린 부분을 뚫어줘야겠다. 다정하고... 따뜻하게... 내가 나를 좀 안아주고 싶어 졌다.


나는 6년 차 주부이자 난임으로 고생하고 있는 예비 엄마다.

3번의 임신과 3번의 유산을 경험했고, 시험관 시술과 자연임신 시도를 번갈아가며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예비 엄마에서 예비가 떨어져 나갈지 예비 엄마라는 말 대신 딩크 부부로 나를 소개하게 될는지

미래 일은 알 수 없지만, 둘 중 무엇이 됐든 간에 그 과정의 시간이 상처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브런치 공간을 통해 마음 담긴 글을 가감 없이 올리고 그 글이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치유와 회복의 글이 되길 바란다.

그런 마음을 담아 닉네임도 다정한 오늘로 지었다.

다정한 오늘이 되었으면 싶었다.

실패로 거듭난 나날들이 아닌, 다정한 오늘.

그렇게 나는... 다정한 오늘을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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