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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비앙코 Feb 18. 2021

프롤로그_유산의 기쁨

  “수술을 빨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담담했다. 울컥 터질 듯한 눈물도 쉬이 붙잡았다. 짐작했던 탓이다. 6~7주가 지났는데도 의사 선생님은 임신 확인서를 주지 않았다. 1차 피검사를 통과하고 아기집을 봤는데도 지켜보자고만 했다. ‘설마’ 했지만 8주 간의 꿈은 거품처럼 꺼져 버렸다. 그렇게 나는 유산을 선고 받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홀가분했다. 지난 2~3주간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가. 다른 사람들의 임신 증상은 어땠는지, 아기 크기는 어땠는지,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각종 임신 출산 관련 카페와 블로그 등 안 읽은 글이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좋은 결과로 끝난 글들을 캡처해 불길한 생각이 들 때마다 읽곤 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내 몸도 착상이 되긴 하는구나’ 


  라는 안도. 시험관 4차에서 처음 경험하는 피검사 통과다. 지난 2년간 숱한 임신 시도에도 착상조차 되지 않던 내 몸이었다. 임신이 아예 안 되는 몸은 아니었다며 남편과 서로를 위로했다.


  한 번 착상을 경험하고나니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가 오히려 다시 되살아났다. 유산한 슬픔보다 임신이 될 수 있다는, 아니 될 것이란 확신이 나를 채찍질했다. 유산까지 한 마당에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오기도 작용했던 것 같다. 경주마처럼 그 후로 시험관 3번을 내리 더했다. 실패. 실패. 실패. 그리고 1년 뒤 시험관 8차에서 임신에 성공했고 출산을 앞두고 있다.


  오늘이 있기까지 약 5년.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지만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 시간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예비 엄마들에게는 희망과 용기가 됐으면, 또 호기심에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난임 부부에 대한 배려의 물꼬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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