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장 충격이 컸던 ‘시험관 3차’ 실패 후 답답한 마음에 몰래 끄적여 놨던 글을 그대로 옮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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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했지만 아니었다.
시댁 어른들께 담담한 척 보냈던 문자처럼 이번에도 인연이 아니었다.
자만했나,
안이했나,
내 몸이 아직도 그렇게 이상한가.
이식 열흘 째부터 갈색 찌꺼기가 보였다.
‘착상혈일 거야.’
증상도 임신과 비슷했다. 몸살을 앓았고 배도 싸하고 콕콕 찔러댔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대감을 꾹꾹 눌렀다. 괜히 실망할까 봐 '임신 아닐 거야, 임신이 될 리가 없지' 주문처럼 외워댔다.
꾹꾹 눌렀지만 그 힘이 부족했던 것일까 혹은 주문처럼 외워댔던 게 이루어진 건가, 진심이 아닌데, 진심이 아니었는데…
혹시나 하고 해 본 임신테스트기는 내게 변함없이 한 줄만을 내보였다. 잔인한 한 줄이었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던지 혈이 왈칵 쏟아졌다.
‘아니구나’
갑자기 왜 눈이 뜨거워지는지 모르겠다.
슬픈 건가,
억울한 건가,
실망한 건가.
내 마음도 모르겠다.
‘어? 왜 이러지? 나 기대도 안 했던 사람인데’
아무리 눌러봐도 슬금슬금 올라오는 기대감처럼 아무리 누르고 눌러도 뜨거운 물이 술렁술렁 나왔다. 하염없이.
이번에도 실패라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내 인생에 '엄마'로 살아갈 날이 있는 건지, 언제까지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건지, 이런 생각들…. 이 기다림에 기약이 없다는 것이, 기약 없이 싸우고 기약 없이 기다리는 데 이리도 힘이 들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