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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어학연수] Experiential

Experiential Learning

by 다락방

지난 금요일에는 'Experiential Learning' 이 있었다.

3레벨에서 리틀 인디아에 가 낯선 사람과 인터뷰를 하는 수업이 잇었는데, 이번 4레벨에서는 창이 공항에 가서 낯선 사람을 인터뷰하는 거였다. 우리는 금요일 오전 9시까지 창이공항에 모여 선생님을 만나고, 선생님으로부터 task 가 적힌 paper 를 받아 완료후, 11시까지 선생님께 제출해야 했다.


금요일에 공항에 도착하니 8:25 였다. 좀 여유롭게 가고 싶었는데, 잘 도착했구나, 하고 우리 만남 장소를 미리 가보았다. 음, 여기로 오면 되겠어. 그런 후에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다가, 같은 학급 아이들이 하나씩 도착해서,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만나러 갔다. 평소 수업시간에 일찍 오는 학생들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일찍 도착해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창이공항에 서서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을 기다렸다.


처음 수업 시작할 때 정해진 그룹으로 이번에도 task 에 임해야 했다. 9시가 되기 전, 모든 멤버가 도착한 그룹에게는 paper 가 주어졌다. 자, 니네 시작해라, 하고. 우리 그룹은 나를 포함해 J 까지 두 명이었다. 얼마후에 선생님은 네 그룹 멤버들 오고 있냐 물었고, 나는 왓츠앱으로 확인햇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나에게도 paper 를 주었다. 바로 도착한 T 와도 paper 를 확인하는데 우리가 해야할 task 가 제법 많았다. 단순히 인터뷰만 있는게 아니었다. 그 전에 공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야 했고 또 주어진 물음에 답도 해야했다. 이를테면 엘레베이터 최대 탑승 인원은 몇 명이냐, 차징 스테이션의 사진을 찍어라, 야쿤 카야토스트의 위치는 어디이냐 등등. 답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두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우리는 아직 마지막 멤버인 A 가 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친구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씩 하려고 하는데, 처음부터 네 명 모두가 함께 작업해야 하는 것들이 연달아 나왔다. 함께 공항 내부에서 사진 찍기, 함께 arrival 이나 departure 간판 보이게 사진 찍기, 함께 승무원 혹은 파일럿과 함께 사진 찍기 등등. 그런데 아홉시가 훌쩍 넘어가도 A 는 오질 않았다. 나는 짜증이 났다. 나는 A 와 친하게 지내는 T 에게 A 는 왜 안오는 거냐고 물었고, T는 내게 그 친구는 지금 오고 있다고, 집이 멀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지난번에 우리는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었고, A 와 나는 지하철로 한 정거장 차이였는데.


"걔 우리집 근처 살아. 나랑 한 정거장 차이야." 라고 말했다.


그 친구가 없이도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하기로 하면서 진짜 짜증이 났다. 지난번에 그룹 발표 때문에 의논하기 위해 만났을 때에도 약속시간을 훌쩍 넘겨왔던 친구였다. 들어오면서는 쏘리 쏘리 하는데, 도대체 쏘리할 짓을 왜하는건지 모르겠네. 물론 그 친구는 수업시간에도 곧잘 지각하곤 했다. 나는 사실 지각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짜증이 났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처럼 마구 화를 낼 수도 없었다. 나는 이 학생들보다 훌쩍 나이도 많은데, 거기다 대고 무슨.. 하아- 그런데도 짜증이 나는걸 참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J 에게


"그친구는 항상 늦어."


라고 말했고, 그러자 J 는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후 A 가 도착했다. 우리를 만나러 오면서는 웃으면서 쏘리라고 계속 말했다. 도대체 왜 저렇게 늘 쏘리를 말하면서 늦을까. 안늦으면 쏘리를 말할 일도 없을텐데.


그러나 우리 그룹에만 그런 친구가 잇는게 아니었다. Y 도 항상 수업시간에 일찍 오고 이번에도 일찍 와서 잠깐 나랑 이야기를 나눈 친구였는데, 그 친구네 그룹은 그 친구 말고는 아홉시가 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고, 아홉시가 넘겨서 다른 한 명이 도착했다. 그 그룹은 아예 다른 멤버들 기다리기를 포기했다. 그도그럴것이, 다른 멤버들은 수업 태도도 정말 안좋은 친구들이고 지각과 결석을 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두 명이나 그러다니, 저 그룹은 나보다 더 심각하구나 싶었다.


그룹으로 하는 과제에서는 이게 항상 스트레스가 된다. 학급에 다른 친구 하나도 수업시간에 곧잘 빠진다. 나는 내가 번 돈을 내가 내서 그런지, 이거 학비가 얼만데 빠지나.. 싶은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그리고 저렇게 빠지면 그룹과제할 때 멤버들은 얼마나 속을 썩을까 싶고.


그룹과제도 결국 사람이 하는 거고, 그 사람은 평소의 태도가 그룹에서 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다행히도 내 그룹의 맴버들중 T 와 J 는 매우 성실하고, 과제를 성실히 수행해내려고 한다. 수업 시간에도 당연히 수업 시작 전에 도착하고. 이 친구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그룹 과제에 스트레스를 뽝 받다가도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할 수 있다' 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도 미친듯이 공항에서 문제에 답하기 위해 뛰어다니면서 사진 찍고 답 적고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늦게온 A 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그 때 내가 얼마나 성질이 나던지.. 그러자 T 가 이거 다 하고 나중에 찍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자기네 나라 말로 대화해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뉘앙스가 그랬다.


첫번째 페이지를 미처 다 해내지도 못했는데 시간은 한시간이 훌쩎 지나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나랑 J 는 야쿤 카야토스트를, 벤딩 머신을, 엘리베이터를 찾아 뛰고 메모했고 T와 A 는 디저트 가게를, 소화기를 그리고 또다른 문제들의 답을 풀기 위해 흩어졌다. 그 사이에 선생님으로부터 톡이 와 있었다. 니네가 이 문제를 모두 완료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 시간을 즐기는게 목적이다, 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다 해내지 못할까봐 스트레스 받아있었기 때문에 이 내용에 다소 안심하며 멤버들과도 공유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창이공항의 jewel 로 향했다. jewel 은 창이 공항을 매우 유명하게 만들어준 곳인데, 40미터에 이르는 폭포가 있는 곳이다. 1터미널에 위치한 이 폭포 앞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비행을 기다리며 앉아 구경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인터뷰가 가능하냐 묻고 질문을 던져야 했다. 쥬얼 앞에 있는 이유는 무엇이냐, 창이 공항에서 마음에 드는 샵을 찾았냐, 싱가폴에 대한 생각은 어떠냐 등등 총 여섯개의 질문이었다. 우리는 마침 캐나다에서 온 부부를 만나 허락을 받고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사진 찍는 것도 좋다고 해서 사진도 찍고 무사히 그룹 task 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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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가 되어 선생님을 만나 마쳤다고 했고 선생님은 너네들 enjoy 했냐고 물었다. 나는 내가 즐기지는 못하고 너무 완료에 급급한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즐거운 경험이기는 했다. 낯선 사람에게 질문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멤버들이 돌아가며 하나씩 질문하는 것도 좋았고, 또 여행자들이 친절하게 대답해준 것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 수업을 하기 전에는 스트레스가 쌓였었지만, 마치고나니 기분은 풀어져잇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T 와 A 는 같이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J 는 집에 가겠다고 해서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T 의 폭포앞 사진을 몇 장 찍어준 뒤에 나 역시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작별인사를 했다.


창이공항은 아주 넓다.

나는 곧장 집으로 가는 대신, 배가 고파서 쉑쉑버거로 갔다. 맥도날드, 버거킹은 집 근처, 학교 근처에도 얼마든지 있지만 쉑쉑버거는 그렇지 않다. 여기에 왔으니 쉑쉑버거나 먹고 좀 쉬다 가자. 그렇게 쉑쉑버거로 가 내가 먹을 버거셋트를 주문해두고 천천히 먹으면서, 한동안 책을 읽었다.


그렇게 4레벨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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