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이렇게 펑펑 운 것도 오랜만이었다. 라일리가 성장하면서 과거에는 라일리에게 중요했던 섬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진다. 이를테면 가족섬이라던가. 나도 성장을 하면서, 환경이 변화하면서 과거에 중요했던 가치들, 인연들이 멀어짐을 느낀다. 이기적인 선택이었을까?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이었을까. 그 초반의 장면에서부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앞으로 펑펑 울겠구나 싶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마음 속은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로 가득차있다. 갑작스레 공사가 벌어지고, 멀쩡해보이던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감정들이 찾아온다. 그렇게 라일리의 세상은 넓어져간다. 햐지만 확장의 과정엔 필연적으로 혼돈이 뒤따른다. 이전에 옳다고 믿었던 가치관들, 이를 테면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내렸었던 모든 답들이 더이상 답이 아닌 순간이 찾아온다. 이전과 다른 선택들을 통해서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일리는 과거로 돌아가진 않는다. 좋은 기억들만 나를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안좋은 기억들까지도 나를 구성하고 있음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안좋다고 이름붙였던 그 기억들도 그저 하나의 기억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좋은 사람이고 싶으면서 이기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스스로가 부족해보이기도 하는, 우리는 그런 모순되고 이중적인 존재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작은 틀 안에 내 모든 가능성을 가두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불안한 모습도, 질투하는 모습도, 즐거워하는 모습도, 따분해하는 모습도, 우울해하는 모습도, 버럭하는 모습도 내가 아닌 것이 없다. 내가 좋아했던 나의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그런 나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나는 나이면 된 것이다. 그 모든 모습들이 함께 모인 것이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