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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me Jun 03. 2021

꼰대는 되지 말자는 다짐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닐 것이란 생각

최근 혀를 차게 하는 일화를 듣게 됐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명은 자신이 겪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는 회사에서 선임이 빠진 회식을 했다. 친구는 후임들과 저녁을 함께 했는데, 나이가 비슷했던 이들은 술을 마시는 대신 맛있는 음식을 먹기로 했다. 회식이라고 꼭 음주를 즐길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튿날 터졌다. 비용 처리를 위해 영수증을 제출했는데, 상사는 이를 보고 친구를 심하게 꾸지람했다. 선임이 화를 냈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어떻게 회식을 했는데, 술을 먹지 않았느냐는 이유였다. 이따금 달라진 일선의 회식 문화를 소개하는 뉴스를 접하는데, 현실에서는 여전히 술을 먹지 않으면 단합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술자리를 싫어하지 않고, 사람과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나도 회식이라는 공간과 시간은 점점 꺼려지게 됐다. 과거 취재기자 시절, 지방 출장을 가게 되는 일이 많았다. 그곳에서는 언제나 회식이 진행됐다. 저녁 늦게부터 시작된 회식은 매번 새벽까지 이어졌다. 단순하게 술을 죽도록 마시기 위한 자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배들의 권유로 회식을 빠지는 게 눈치가 보였고, 계속해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소위 ‘라떼는’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꼰대 문화는 한 동안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주요한 이슈였다. 꼰대는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이 됐는데, 현재는 구태의연한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확장이 됐다. 사실 꼰대라는 단어를 단순하게 나이가 듦으로 판단하고 싶지 않다. 젊은 꼰대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들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주변에 존중할 만한 선배들을 많이 봐왔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 부끄러움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들은 나이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했고,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했다. 사적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타인에게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닮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서른이 넘으면서, 가끔씩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지인들이 생겼다. 이때마다 나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이 자리에서 나는 쉽게 조언하지 말자는 다짐을 한다. 몇 년 더 사회생활을 했다는 경험이 정답을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이다. 최대한 건조하게 나의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지인들이 해답을 찾기 위해 나를 만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결국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다음은 일독했던 도서 중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나온 대목이다.

자신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차별은 생각보다 흔하고 일상적이다. 고정관념을 갖기도, 다른 집단에 적대감을 갖기도 쉽다.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

나는 앞선 문단에서 차별을 꼰대로 바꿔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일상에서 타인에게 나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꼰대가 되지 말자고 오늘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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