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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me Jun 08. 2021

왜 나는 개인주의자가 됐을까?

#개인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존중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개인의 존재와 가치를 우선시한다는 본래의 뜻보다 이기적인 사람으로 평가받기 일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과거부터 공동체를 중요시 여기는 사회적 풍토를 극복하는 건 아직 이를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개인주의자임을 주변에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엄연하게 다르다. 이기주의가 본인을 중심으로 판단하여 이외의 것을 업신여기는 행태라면, 개인주의는 내가 중요하듯 타인도 존중하는 태도이다. 나는 집단의 부조리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개인의 아픔에 누구보다도 분노하고 함께 하려고 한다. 이는 내가 개인주의자라는 데 부끄럼이 없는 이유다.


올바른 개인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한 가지 꼽으라면 단연 책임이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단연코 반려동물을 키워보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유는 가볍게 여겨선 안 될 생명을 쉽게 책임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앞선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결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서른이 넘었지만, 결혼에 큰 관심이 없는 이유는 누군가의 삶에 온전히 스며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다. 아직은 나의 삶에 집중해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다.


최근 기성세대가 젊은 층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것 중 하나는 결혼과 출산에 관한 가치관의 변화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세계적으로 낮은 출산율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가 됐는데, 개인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는 개인의 선택으로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누군가에겐 장기적인 경제적 불황이 빚어낸 불가피한 결과이기도 하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이들을 보듬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증가하고 있는 자발적 비혼주의자를 사회적 부적응으로 바라보는 건 부당하다. 이는 존중받아야 할 사적 영역의 과도한 침해이다. 나는 책임 있는 개인주의자가 사회를 윤택하게 한다고 자신한다.


대학 선배 중 한 명은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재작년 임용이 돼 근무하고 있는 그는 서른 중반에 접어들었다. 종종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부서 선배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고심이라고 했다. 소위 나이가 됐는데 결혼을 하지 않으면, 좁은 공무원 사회에서 뒷말이 무성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공무원을 준비하던 기간이 다소 길었던 선배는 누구보다도 일에 열중하며, 개인의 삶을 즐기고 있다. 그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혼주의도 아니다. 다만, 지금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지가 커 보였다.


한편, 고교 친구는 삼 년 연애 끝에 동거를 시작했다. 결혼식이라는 성가긴 행사를 잠시 접어둔 그는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친구의 연애를 처음부터 옆에서 봐왔던 나는 그답다고 생각했다. 혹자가 보기엔 무책임하고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관계라고 혀를 찰 수도 있겠지만, 나는 친구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삶에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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