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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머즈 Oct 21. 2022

동네에 상인들을 위한 학교 한 개쯤

고기를 왜 잡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기를 잡는 법 VS 왜 잡아야 하는지를 아는 것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기획은 상인학교라는 멤버십 제도이다. 

상인학교는 전년까지 하던 마케팅 스터디 그룹을 디벨롭한 버전이었다. 

단순히 마케팅 적인 스킬을 배워 잠깐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기본적인 장사 체질을 바꿔 어떤 환경의 변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소상공인을 만드는 작업에 가까웠다. 그래,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물고기 잡는 법부터 가르치는 게 아닌 물고기를 왜 잡아야 하는가부터 함께 생각해 보는 과정. 그리고 나서야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를 실행해 보는 과정이다. 

과정의 대대적인 변화다. 목적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구조도 조금 바꾸기로 했다. 





마케팅스터디그룹 강의 장면 - 겨울 날씨처럼 스산하다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우선은 참여자를 더욱 확장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점점 비어 가는 골목 안 상점들이다 보니, 한정된 상권 내에서 이 과정이 꼭 필요한 상인들을 찾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일일이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설명드리고, 설득을 하고 모셔오기에는 우리의 인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아니,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하는 것 까지는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우리는 열심히 사업 수행을 한다고 하는데, 하다 보면 어느 편이 간절한 것인지..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기도 했다. 다시 말해, 사업을 성공시키려는 의지가 과한 나머지 열정을 다한 설득에 감복한(?) 사장님께서 교육에 참여를 하시기는 하지만, 알고 보면 정작 참여자들은 그렇게까지 간절하지 않거나, 그저 우리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참석하신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교육이 시작되면 바로 이탈이 일어나거나 "나는 여기 참여하면 뭔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온 건데.."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교육을 다 수료한 후 "평가를 거쳐 실행 지원을 해드린다"는 표현 중 "평가를 거쳐"는 삭제되고, "실행 지원"만 남는 인간 뇌과학의 신비 - 기억의 왜곡도 한몫을 했다. 




어떻게든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

외부 상인으로 그 대상을 확장하고 싶었던 다른 이유는 매번 비슷비슷한 참여 상점들끼리 서로를 비교하고 견제하는 부분들을 부드럽게 만들고 싶다는 데 있었다. 교육, 세미나를 찾아다니는 게 일상인 나의 경험 상. 참여형 공부가 아닌 그냥 일방적으로 듣는 강의라 할지라도, 함께 하는 사람들의 결에 따라서 강의의 질이 달라진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열정에 따라, 같은 강의라도 다르게 느껴지곤 했다. (나는 같은 강의를 여러 번 듣기도 한다. 그러니 강의 기수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건 이건 정확한 느낌일 거다.) 그렇게 다양한 분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내 위치나 내 능력을 가늠해보면서 겸손한 마음이 들고 자극도 받아 더욱 분발하게 되곤 했었다. 그럼 그 열기에 호응하듯, 앞의 강사님들도 신들린 강연을 하곤 했다.  


여기서 "외부 상인의 참여 여부"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 다른 상권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점 수 대비 높은 임대료라는 조건을 가진 우리 상권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객을 할 수 있는 기본 베이스가 너무 적었다. 그러니, 오해는 말자. 유료 멤버십이라, 흥행에 성공하려고, 사업 잘하는 것 같은 결과를 내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로 무리수를 둔 거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는 다른 목적보다는 투입 비용 대비 최고의 효과를 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지난 2년간 마케팅 스터디 그룹에서 경험했던 실패 요인을 개선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집을 피웠다. 







효과가 제대로 난다면 강한 소상공인,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진짜 브랜드가 되는 소상공인이 나올 것이었고, 벽을 생각한다면, 제일 큰 난관은 행정이 될 거였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생활상권 사업은 특정 지역의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는 일이라 그 지역을 벗어난 상인들이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안될 수도 있는 터였다. 

하지만 기획을 할 때, 함께 상인학교를 운영하게 될 멘토님들과 회의를 거듭하며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브랜딩, 마케팅의 전문가분들의 관점에서도 더욱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 평가했다. 어떤 효과가 있을지 혹은 반향이 있을지 다각도로 상상을 했고, 그에 대한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대비를 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외부 지역의 상인이나 예비창업자,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교육은 열어두되,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다. 오픈되는 강의는 어차피 한 명이 들으나 100명이 들으나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은 똑같았다. 거기서 무언가를 얻고 못 얻고는 순전히 참가자들의 몫이다. 


결국 참여 대상자를 우리 동네 상인에서 외부 지역의 상인, 브랜딩 마케팅 실무가 가능한 로컬 크리에이터, 예비창업자까지 확대했다. 






성장, 변화 그리고 연대

우리가 일상으로 살아가는 골목 안에서, 상인이 멀리 가지 않아도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슬세권 안의 삶이라는 게 꼭 주민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인가? 상인의 입장에서 내가 하루를 보내는 매장이 있는 동네에서 장사를 막 마무리하고, 금방 가서 자리에 앉으면 시작되는 강의.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배우고 공부하며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자리. 그래서 그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변화해 나갈 수 있다면 그것의 최대 수혜자는 그 가게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될 것이다. 좋은 상품과 함께 정성 들인 마음을 받게 될 테니. 


거기에 더해, 그 상인학교에 모인 모두가 서로를 돕는 연대와 상생의 구조로 가면 어떨까? 외로움과 고립감은 떨쳐내고,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보태어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믿는 구석이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본과 맥락이 중요하다

(아직, 내 공부가 미흡해서인지 로컬 부분에서 인용할 수 있는 이론의 한계는 차츰 극복해 보기를 기대하며..) 우리 다시 모종린 교수님의 얘기로 돌아가자. 사업 기획의 근간이 된 교수님의 골목 활성화를 위한 모델은 C-READI 모델이라고 앞의 글들 중 어딘가에 언급한 바 있다. 그래도 호옥시, 이 글부터 접하는 독자를 위해 다시 한번 복붙을 해보자면.. C-READI 모델은 C(Culture) 마을의 문화 인프라를 활용하거나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장려해 문화 인프라 확충, R(Rent)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도를 활용한 적정 임대료의 유지, E(Entrepreneur) 다양한 유형의 창업자 유입을 통한 기업가정신 고양, A(Access) 편리한 교통체계 확보로 접근성, D(Design) 친환경적이고 조화로운 도시 디자인, I(Identity) 골목문화 혹은 전통이 내재된 라이프 스타일 등의 정체성 의 여섯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루는 모델을 의미한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설계된 상인학교는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도를 활용한 적정 임대료의 유지 즉, 이 동네의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매장을 열어주고, 사업을 하시는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가락동에 매장을 내거나 이전해 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 외부 상인, 상인학교에서 상인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며 결을 맞춰 소상공인들의 브랜딩이나 마케팅 영역을 담당해 줄지 모르는 로컬 크리에이터, 그리고 우리 동네에 살거나 혹은 우리 동네를 좋아하는 관계인 구로 창업을 꿈꾸고 있는 예비창업자는 다양한 유형의 창업자 유입을 통한 기업가정신 고양을 염두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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