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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머즈 Oct 20. 2022

변화는 사람으로부터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사람은 안 변한다 vs 사람은 변한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역에서 활동하며 유서 깊은 어린이집의 비리와 학대 사건을 알게 되어 집단소송에 앞장설 때, 난 전적으로 이 말을 믿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어린이집의 원장님을 친정 엄마처럼 믿고 아이들을 맡겼던 나 자신을 자책하며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했던 시절, 몇 년에 걸쳐 내 마음공부를 해주시며 내 의식의 정화를 도와주셨던 에단 신부님이 늘 하신 말씀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자원, 환경, 가치관 안에서 최선을 다한 선택을 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그들의 잘못을 탓하려 하지 말고, 그들이 가진 환경과 자원, 그렇게 생각하고 그 결정을 내리게 된 - 알지 못함에 대해서만 탓해라"라는..

수년의 시간 동안 무너졌다가 다시 세상으로 나오며 본격적으로 성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나는 변화와 성장을 향한 의지와 실행으로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걸 믿지 않는다면 나부터도 뭔가를 향해 도전하거나 노력하는 것을 진즉에 멈추고 말았을 것이다. 



변화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자원과 환경, 가치관을 변화하게 만들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알지 못함의 상태를 벗어나게 돕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스스로 학습하는 조직을 표방하고 있었기에 가장 익숙한 것도 교육과 실행이었고, 가장 진심을 담은 것도 그 부분이었다. 그러니 어쩜 우리는 필연적으로 이 방향으로 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알아야 기획을 하지 - 매주 토요일 스터디 - 예외는... 없... 


외부 교육도 마다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라면 뭐든 배워서 적용하고 실행했다







소상공인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교육이 뭘까?

정책적으로 청년에 대한 창업교육지원은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폐업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단순 폐업지원금부터 재기를 돕는 프로그램 등이 행정뿐만 아니라 금융권, 사기업까지 여기저기 많았다. 하지만, 현재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에 대한 교육은 어디 있을까?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주요 정부 부처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있긴 했지만, 실제 소상공인들에겐 전달되지 않는 정보였고, 들어본 분들의 반응 또한 시니컬했다. 광범위한 분야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맞춤으로 진행될 리는 없었다. 역시나 광범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좋은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교육의 목적은 자기 객관화와 인정, 받아들임. 그리고 변화에 있다. 좋은 얘기를 백날 들어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건 좋은 말로 위로해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2019년부터 다양한 외부 교육, 소상공인을 위한 브랜딩, 마케팅 관련한 교육들을 받아오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로 일하며 기획이나 컨설팅 등의 일을 했었고, 퇴사를 한 후에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많은 소상공인 분들을 만나다 보니 더 많은 사례를 알고 싶었고, 바탕이 되는 이론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교육을 받다 보니, 이런 교육을 상인분들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마케팅 스터디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그 교육을 골목으로 가져오기로 했다. 




시작은 마케팅 스터디 그룹이었다
마케팅 스터디 그룹 운영은 이 사업의 초기부터 세팅이 되어 있는 세부 사업 중 하나였다. 마케팅에 대해 고민을 가진 상인들이 모여 자신들에게 필요한 강의, 공부를 기획하고 공동으로 마케팅을 해보는 실행까지 지원해 드리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외부로 여러 강의를 들으러 다녔던 나는 강의 내내 마음으로 울면서 이 강의를 우리 동네로 가져와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고 추진을 했다. 어렵사리 업체를 섭외해 처음 마케팅 스터디 그룹을 진행했을 당시는 코로나 초기로 서로가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을 때라 그룹 진행이 안되고 개별로 진행을 했는데, 교육을 하는 강사님들께도 날을 세우시던 몇몇 점주분들이 기억에 남아있다. 좋은 교육이라고 어렵사리 모셔 왔는데, 생각 외의 반응에 내내 좌불안석이었던 내 마음도.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마을에 오래전부터 살고 있긴 했지만, 단골 가게는 몇 개 없는 편이었다. 나 또한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며 차를 몰고 몰에 가서 장을 보는 것이 익숙하고, 온라인 주문이 편한 세대였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상권과 상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한때 상설할인 매장의 특수를 누렸던 우리 동네. 이곳에 남아 있는 상인들에겐 전체적으로 도전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 (혹은 의심), 약간의 무력감이 배어있었다. 지역자존감은 낮아지고 있었지만 자존심은 그대로였을지도 모른다(이건 상인분들이 내고 있는 임대료와도 연관이 있는 얘기다).






상인분들께서 진짜 원하는 게 뭘까요?
팔짱을 끼고 바라보며 ' 어디 한번 해 보세요'라는 눈빛으로 강의를 듣던 상인 분들이 부드러워지기까지 저마다의 시간이 흘렀다. 한두 번 만에 경계를 확 허물고 전적으로 교육과 코칭을 따랐던 상인분은 서서히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처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던 상인은 중도에 하차를 하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어도 듣는 이의 성장이 일어나지 않거나, 강사의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 교육은 큰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내가 너무나도 간절하게 들었고, 다시 한번 반성을 하게 되었고, 의식이 변화하고 실천하려고 노력을 거듭했던 강의라 좋을 것만 같았는데, 매번 수업에 참여하면서 어째 우리만 감탄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을 때가 있기도 했다. 강사님도 몇몇 점주 분들과 소통을 하신 후 오히려 내게 다시 물어 오시기도 했다. "사장님께서 진짜 원하시는 게 뭔지 잘 파악이 안 됩니다. 확인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살짝 얘기하실 때도 있었다. 


한해, 두해, 마케팅 스터디 그룹의 일정을 거듭하면 할수록 모두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나의 솔직한 얘기다. 작은 크기의 상권 내에서 적은 참여 대상들끼리 수업을 받고,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주워지는 실행 지원까지만~!이었던 느낌도 있었다. 사실, 진짜 큰 건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해 매출을 올리는 것, 그 상태가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있었는데 말이다. 







고민은 계속되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사람들이 몰라줄까 라며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지만 마냥 실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행동하지 않으면서 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정신병자...라고 에디슨도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상상을 현실에 그리는 디자이너, 기획자다. 상상했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시 관점과 실행을 바꿔야 했다. 혼자 이를 악물며 고민을 거듭하다가 내가 미치기 전에 바꿀 것이 있다면 즉시 행동해야 했다. 자면서도 강의를 들었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수시로 메모를 해 댔다. 분류를 해서 테마별로 바인딩을 하기도 했지만, 메모의 수가 급격히 많아지니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특히나 어떤 아이디어를 적어 놓은 것을 다시 찾아내는 과정이 더 어렵기도 했다. 책을 뒤지고, 인간의 심리와 시장의 반응에 대한 교육을 듣고, 전문가분들을 찾아다니며 계속 질문을 던졌다. 비용을 내고 제대로 된 컨설팅을 받기는 어려운 분들이라 우연을 가장한 잠깐의 만남에 효과적인 질문을 하려고 질문에 관한 책들까지 섭렵했을 정도로 나는 간절했다. 




다시 기획을 할 때는 다시 자료들을 참고한다.
그리고 적고 또 적는다 같은 단어도 여러 장을 적어본다. 그중에 힘이 들어가 있는 포스트잇을 골라 붙여 놓는 것이 좋다. 순간의 몰입과 간절함이 담겨 있는... 



기획은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을 단어나 말로 표현해 즐비하게 늘어놓은 다음 다시 분류를 하고, 정제에 정제를 거쳐 골라낸 것에서 생각의 그물을 다시 펼쳐 뼈대를 세우고 살을 입히는 과정이다. 마케팅에 대한 기획을 한다고 단순히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관련한 책만을 읽는다면 곤란하다. 사업의 전체를 아우르는 책들을 읽고 맥락을 잡아가며 그 안의 디테일에서 마케팅 적 요소를 뽑는 편이 좋다. 그 편이 세부 사업 간의 연관성과 시너지를 높이며 사업의 방향을 잃지 않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런 부분이 우리만이 가진 힘이기도 했다. 전체 사업의 맥락이 한 방향을 보고 있기에 세부 사업 간의 순환을 의도하고 있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상인을 위한 도움을 생각하면서, 떠올린 것은 내가 만약 골목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이라면, 어떤 게 필요할까? 지금이 후회가 되거나, 막힌 길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어디에 어떤 도움을 요청하고 싶을까? 

우리는 골목에서 목말라하는 상인분들께 어떤 도움을 드려 그 갈증을 풀어드릴 수 있을까? 


다시, 소상공인을 위한 교육을 세팅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틈 날 때마다 주절거림을 종이에 옮겼고 거기서 뽑아낸 키워드를 포스트잇에 적고 또 적었다. 


그렇게 해서 골라낸 단어. 

변화, 성장, 연대.
이 키워드가 상인학교의 출발에 놓여 있던 세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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