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괜찮아
"엄마, 저 손톱을 네모 모양으로 깎고 싶어요."
양쪽 가장자리가 살짝 각진 손톱이 예뻐 보인다는 아이. 딸은 네일 스티커로 손톱 꾸미기 세계에 발을 들여놓더니, 한 번은 네일 샵에서 손톱관리도 받았다. 예쁜 손톱에 진심인 딸과 달리 난 손톱은 짧은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아이들 손톱도 늘 바짝 짧게 깎았다. 아이 손톱을 섬세하게 깎는 재주도 없으므로 정직한 네모로 각만 잡을 게 분명했다. "네모 모양도 독특하고 예쁘겠다. 이참에 손톱을 직접 깎아 보는 건 어때?"라며 딸에게 얼른 바통을 넘겼다. 그때 첫째 아들이 불쑥 한 마디 건넨다. "손톱을 왜 네모지게 깎아? 그냥 깎는 것보다 오래 걸리지 않아?" 동생은 못마땅하다는 듯 입술을 비죽인다. 오빠는 쐐기를 박는다. "효율적이지 않잖아." 딸은 기도 안 찬다는 듯 콧방귀를 뀐다. 차 안에 찬 공기가 흘렀다. "오빠는 그럼 쉬는 시간에 왜 너프 건 하는데? 그런 거야말로 시간 낭비야." 침묵하던 동생의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황한 첫째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그걸 너프 건에다 비교할 건 뭐야!"
순간 난 단호한 말투로 다툼의 불씨를 확 덮어버렸다. “둘 다 그만! 서로에게 중요한 것에 대해 판단하지 말 것! 그리고 커서 결혼하면 남편이나 아내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큰 소리를 치니 둘은 입을 앙다문다. 부루퉁한 남매의 얼굴에서 성난 기분이 뿜어져 나온다. 비슷한 패턴으로 자주 싸우더니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삼 남매가 주로 다투는 원인인 서로를 판단하는 마음,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뿌리 뽑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한 마디 더 하려고 하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인 넌 그럼 잘하고 있냐?’라는 질문이 마음을 쿵쿵 두드렸기 때문이다. 알록달록하고 반짝이는 손톱, 맞아도 아프지 않은 엄지 길이만 한 스펀지 총알. 난 그것들을 내심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 또래 아이보다 지나치게 멋을 부리는 딸이 걱정되었고, 온 집안에 스펀지 총알을 흘리면서 쏘다니는 아들을 보면 빨리 총알 주우라는 말부터 입에 맴돌았다. 마음에 있던 말은 종종 잔소리로 튀어나오곤 했다.
집에 돌아온 아들은 총 놀이를 하고, 딸은 핸드크림을 꼼꼼히 바르며 손톱을 가꿨다. 평소와 다름없이. 하지만 난 마음이 계속 일렁였다. 한 배에서 나왔으나 다른 별에서 온 듯한 아이들을 보았다. 새삼 알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아이들이 때때로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을. 그래서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려 했다가도 먼저 엄한 눈초리로 대했다는 것을. 아름답고 예쁜 것이 좋은 여성스러운 딸, 크면 쳐다보지도 않을 아이다운 놀이에 푹 빠져있는 아들은 그저 자기 빛을 내며 자연스레 자라고 있는데 말이다. 그날 이후로 난 한 번씩 손톱을 물끄러미 보곤 한다. 혼자 장을 보러 가서도 마트의 스펀지 총 코너를 쓱 훑어본다. 아이들의 관심사와 놀이는 효율성이나 시간 낭비와 같은 말로 평가할 수 없음을, 손톱을 오색으로 칠하고 바닥에 스펀지 총알을 흩뿌려 놓는 것은 아이들의 행복임을 되새긴다. 한번 손톱을 예쁘게 꾸미고 너프 건을 들고 아이들 앞에 짠 나타나볼까. 그렇게 아이들과 같이 한참을 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