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소소한 하루
주변과 어울리지 않은 듯하면서도 주변과 어우러진 곳.
카페이자 서점인 책방익힘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렇다.
책방익힘은 거제도 장승포 주택가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북카페다.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다보며 이곳이 서점인지 카페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향긋한 커피 냄새와 곳곳에 놓인 책을 보면 이곳이 북카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빌딩 숲 사이 놓인 화려하고 큰 공간의 북카페를 생각하고 이곳을 찾는다면 실망감이 클 수 있다.
그렇지만 작은 여유를 찾고 있는 여행객이라면 충분이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나처럼...
책방익힘이 마음에 드는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차 한잔의 여유.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
갓 내린 커피의 고소한 향과 주인이 직접 만든 쿠키와 조각 케이크를 먹으며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 말이다.
아무래도 이곳의 주인은 음악취향이 재즈인 듯하다.
작은 스피커에서 재즈풍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탁월한 선곡인 것 같다.
커피를 즐기는 이에게는 분위기가 되어주고 책에 빠진 이에게는 집중도를 높여주는 양념 같은 역할을 음악이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곳은 주변의 여느 카페와 달리 롱블랙을 즐길 수 있다.
아는 사람은 안다는 롱블랙.
롱블랙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즐겨마시는 커피로 아메리카노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따뜻한 물에 에스프레소를 담으면 롱블랙, 에스프레소 샷에 물을 부으면 아메리카노다. 살짝 물의 양도 차이가 난다. 롱블랙이 아메리카노보다 진하고 부드러운 이유기도 하다.
에스프레소가 부담되지만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롱블랙을 즐겨보시길 바란다.
평소 진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즐기기에 망설임 없이 롱블랙으로…
그렇게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주변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카페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책들.
주인의 손길이 묻어나는 책에서부터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책까지 다양한 책이 놓여 있다. 그러면서 마치 이곳의 주인은 나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기에 대형서점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그럼에도 이곳은 마음 편히 쉬면서 책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책방익힘'이 바로 그런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커피를 조용히 즐길 수 있는 곳.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카페에 느긋이 앉아 여유를 즐겨본다.
이렇게 오늘도 소소한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