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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물어서 나 아팠어, 사과해줘

비폭력 대화

  눈에 넣어도 안아플 네살배기 손주녀석이 어린이 집에서 함께 놀던 친구에게 손가락을 물려서 왔다. 물렸을 때 피가 철철 났다니 꽤 아팠을거 같다. 그래도 녀석은 즈 엄마에게 물렸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즈엄마가 먼저 알아보고 녀석과 선생님에게 물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싸우다가 물린게 아니고 신나게 놀다가 친구녀석이 무슨 이유에선지 물은 모양이었다.


  선생님의 말에 의햐면 녀석은 물리고 나서 "니가 물어서 나 아팠어...사과해줘!" 했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에게 사과를 받아냈다고 한다. 녀석이 참 기특하다. 완전히 나메시지를 사용한 셈이다. 사실을 진술한 뒤 (니가 물어서...) 내감정이나 상태를 이야기하고 (나 아팠어...) 원하는 것 (사과해줘!)을 요청한 것이 완벽한 나 전달법 의사소통을 한 것이다.  


  평소 즈엄마와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녀석에게 사용하는 언어를 배워서 그대로 사용한 모양이다. 이일로 인해 한동안 가족톡이 시끌벅적하였다. 톡 중에 며느리가 녀석에게는 나전달메시지가 잘 되는데 녀석의 아빠 즉 남편에게는 잘 안된다는 것이다. 굳이 내 감정을 말로 해야 되갰냐는 것이다. 말안해도 알아야 되는거 아니겠냐는 생각에 나전달 메시지가 안된다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이 비슷한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자신의 딸들과는 나전달법이 잘 되는데 남편에게는 잘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부부간에는 기대하는 것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내 감정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어야 한다는 것이 벌써 엄청난 기대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내 감정을 타인이 나처럼 알 수 있겠는가. 때로는 나도 나의 감정을 잘 모르는데 말이다.


  하옇튼 나 전달법 의사소통을 쉽게 하려면 나 전달법을 아는 것만으로는 이프로 부족하다. 먼저 상대에게 거는 지나친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나전달이 된다. 마음이 닫힌 상태에서는 잘 안된다. 마음을 닫은 상태에서 한번 시도해 보시라! 알게 될 것이다. 네살배기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이 쉬운 의사소통법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전달법과 유사한 의사소통이 그 유명한 비폭력대화법이다.

비폭력대화는 나 전달대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즉 객관적인 사건을 진술하고 그것으로 인해 발생한 나의 감정과 상황을 이야기한 뒤 그 밑에 있는 나의 욕구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해주기를 바라는 행동을 요청한다. 앞의 손주녀석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면 니가 물어서 (객관적인 사건진술) 나 아팠어 (내 감정이나 상황) 너랑 잘 지내고 싶었거던 (나의 욕구) 사과해줘 (원하는 것을 요청함) 이렇게 네단계를 가지고 있다.  나전달 의사소통에서 나의 욕구라는 한 단계가 더 추가된다.


  이렇게 욕구를 이야기하는 것은 중요하다. 내 감정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음을 상대에게 알리게 되어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상대의 반감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너의 행동으로 나의 감정이 이래~라고 얘기하게 되면 어느순간 상대는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기분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나의 욕구를 이야기하고 그 감정의 책임이 너의 행동에도 있지만 나의 욕구에도 기인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상대에게 나를 더 이해시킬 수 있게 되어 상대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 속에서 이렇게 의사소통한다는 것이 어마무시하게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그건 의사소통법이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앞에서 말했듯 내 마음이 닫혀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닫힌 상태에서는 내 감정이나 요구를 말하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배웠으니 실천한답시고 시도해봐야 한발로는 브레이크를 잡고 한발로 엑셀을 밟는 것처럼 제대로 될 수가 없다. 그리고는 의사소통법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탓하게 된다.


  나전달법이나 비폭력대화법을 사용하기 전에 마음을 열어야 함을 기억하자.

마음을 닫고는 백날 해봐야 효과가 없다.


  먼저 마음을 연 뒤 비폭력대화를 하는 일!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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