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인생, 단 한 번도 ‘쇼호스트’라는 직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간호대학 출신의 서울 빅 3 병원 중환자실의 간호사로 9년을 살았고, 경단녀 경력도 8년째였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던 나는 매일 길고 진한 속눈썹을 붙인 채 카메라 앞에 서서 매진임박을 외치는 3년 차 쇼호스트가 되어버렸다. 우연일까, 기적일까.
출처: 픽사베이
일반적으로 쇼핑호스트를 한다고 하면아카데미를 나와서 오랫동안 그 꿈을 위해 매진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카데미 출신도 아니고, 애둘 엄마에다가 44-55 사이즈도아니였다. 심지어 직업도 전혀 다른 간호사에서 현재 3년째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일을 하고 있다. 참 일반적이지 않은 코스임에 틀림없다. 심지어 쿠팡 라이브에서는 1등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2020년 12월 어느 추운 겨울날, 사업을 하는 첫째 아이 친구 엄마, 나하고도 꽤 친한 동생한테 연락이 왔다.
“ 언니~ 쿠팡이 라이브를 하려고 하나 봐. 우리 브랜드에 연락이 왔는데, 언니 이거 쿠팡크리에이터(쿠팡 쇼호스트) 한번 지원해 봐!”
“ 뭐? 갑자기? 내가 무슨 쇼호스트야~? 말도 안 된 소리 하지 말아” 전화 끊고 헛웃음만 나왔다,
내가 무슨 쇼호스트 인가. 간호대학 나왔고 지금 경단녀로 8년을 살아오고 있는데 말이다. 단 한 번도 쇼호스트의 ‘쇼’ 자를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그냥 농담이겠지 생각하고 말았다. 그런데 희한하게 계속 머릿속에 전화 내용이 맴돌았다.
다음날 아이들 학원을 들여보내고 잠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친구가 또나한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 언니, 우리가 제품 중국으로 수출 많이 하잖아. 중국에서는 지금 홈쇼핑 아니고 모바일 라이브커머스가 엄청난인기거든. 이거 분명 곧 있으면 한국으로 넘어올 거 같아. 한번 해봐 진짜! 홈쇼핑 쇼호스트 아니니깐 부담 없이 괜찮을 거 같아. ”
이야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쿠팡 담당자에게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무슨 용기가 생긴 지 모르겠지만 그냥 손이 메일을 쓰고 있었다.두려움, 불안함, 초조한감정들 속에서 나도 모르게써내려 갔다. 저는 누구고 어쩌고 저쩌고, 구구절절 쓰면서 마지막에 이 문구를 넣었다. 저에게 온 메일이 아니었지만,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열심히 해볼 자신이 있습니다. 보내기 완료! 후~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쓰고 보냈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나에게 온 연락이 아니었기에 안되어도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라는 말을 속삭이며 위안을 삼았다.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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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영상으로 자기소개를 찍어서 보내보라는 메일의 답을 받았다. 오 마이갓! 당연히 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자기소개를 그것도 영상으로 찍어 보내라니!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냥 핸드폰을 켜서 영상을 찍고 보냈다. 며칠 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그 분은 쿠팡라이브 담당자였다.
"용기 내어 보낸 메일에 기회를 드리고 싶었어요. 2021년 1월에 정식으로 쿠팡라이브가 시작합니다.홈방송부터 시작해 보세요."
통화하는동안 멍~~ 어안이 벙벙했다.
'와, 이거 꿈은 아니겠지? 내가 쇼호스트가 된다니! 근데 도대체 어디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머릿속은 하얗게 되었고 지금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 당시 상황은 현직 쇼호스트, 개그맨, MC, 아나운서, 아카데미 쇼호스트 지망생들이 95% 차지하고 나 같은 일반인은 겨우 5% 몇 명 되지 않은 상황.
라이브송출, 방송공부, 조명, 각도, 발음 등등 어느하나 갖춰지지 않은 상태의 초반 방송을 보면 정말이지 못봐줄 수준이다.못하기에 매일 방송을 켰고, 하루에 2개씩 홈방송을 하면서 몇달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희한하게 이 시점에 코로나가발생하면서 모두가 집에 있어야만 하는 시기가 되었다. 전 세계가 꼼짝 못 하는 그 역병. 그 혼란 시기에. 어떤 이는 사업이 망하고 어떤 사람은 직장을 잘리고.. 그러다 보니 집에서 라이브를 진행한다 것. 아이들을 보면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새삼 얼마나 좋은 기회 인지 알 수 있었다. 아.. 이게 바로 일생일대 한번 온다는 기회인걸까?
경력단절의 시간을 오래 보내면서 과연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었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나는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까? 참 많은 고민을 하고 보낸 시간들이 떠올랐다. 쇼호스트가 뭔지 몰랐던 경단녀에게 드디어 기회가 온것이다. 이건 무조건 잡자!
현재 3년이나 열심히 하고 있지만 초반에 생각하면 아직도 무슨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 시작을 했고 지금은 쿠팡라이브에서 개인 크리에이터 팔로워 1등을 달성한 크리에이터로 성장했다. 정말 미친듯이 열심히 하면서 즐겁게 빠져들었더니 성장이라는 것이 함께 온 것.이제는 쇼호스트라는 직업이 언제 그랬냐듯이 잘 어울리는 옷이 되었다.
만약 그때 그 친구가 건네준 쿠팡라이브팀 메일 주소를 받고도 그냥 넘겼더라면 어땠을까? 영상으로 자기소개를 찍어 보내라는 메시지에 영상 찍을 용기가 나지 않아 보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라이브를 시작하고 너무 못하는 내 모습에 실망해서 중도 포기 했다면 지금 나의 위치에 있었을까?
시작을 실행한 나의 용기에 진짜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혹시나 라이브 쇼호스트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이를 키우는 경단녀 엄마들에게, 시작을 망설이는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다. 여러분, 일단 시작하세요. 쿠팡이 제일 쉬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