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변화시키는 그럴듯한 거짓말
우미옥의 동시 <알고 보면 운동화는>
알고 보면 운동화는
우미옥
걷는다
운동을 한다
나는 튼튼해진다
운동화는 탁해진다
열심히 매일 운동을 할수록
운동화는 점점 낡아 간다
바닥이 얇아진다
구멍이 난다
결국 운동화는 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알고 보면 운동화는 운동을 매우 싫어한다
-출처: 동시마중 레터링 서비스 블랙 #35
사물이나 동물의 입장을 대변하는 동시가 많다. 그러나 나는 사물이나 동물의 목소리가 담긴 동시에 근본적인 회의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는 이상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인식된 결과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열심히 매일 운동을 할수록/ 운동화는 점점 낡아 간다/ 바닥이 얇아진다/ 구멍이 난다" 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이다. 여기에 근거한 "운동화는 운동을 매우 싫어한다"는 시인의 추론일 뿐이다. 운동화는 무생물이니 좋다, 싫다의 감정을 느낄 리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도 운동화가 감각이 불가능한 존재라는 점은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운동화가 운동을 매우 싫어한다"는 말에 반응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학적 논리에서 어긋나지만, 그럴듯한 말에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은 문학을 즐길 수 있는 바탕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말이 얼마나 그럴 듯 한가'이다. 나아가,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는가'이다.
좋은 문학작품을 읽은 후 독자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 한다. <알고 보면 운동화는>을 읽고 난 이후, "열심히 매일 운동을 할수록" 낡아가는 운동화의 희생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사물이나 동물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동시는 계속 될 것이다. 우리를 변화하고 성장시키는 일을 멈추지 않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