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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언니selfmotivator Jan 11. 2021

시작이 반이다.

투잡인생에 대한 고찰 10일 늦은 2020년 회고록 2021년 신년계획

오랜만에 브런치에 로그인을 했다.


브런치 작가 재수생 시절, '브런치 작가만 되면 나의 경험을 아낌없이 다 퍼주고 나눠주리라' 하던 원대한 다짐은 어디 가고 한 해를 보내고 새 해에 들어왔다. 지난 3개월에 대한 회고를 해보면 정말 치.열.하.게 보냈다.


코로나 19만 아니었으면 난 올해 2월 박사 졸업을 할 수 있었는데, 예기치 못한 전 세계 초유의 신생 바이러스로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놀람, 불안, 우울, 그로 인한 게으름, 안이함, 헤이함으로 2020년의 상반기의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통으로 날렸다. 2019년도부터 준비해오던 학술지 소논문 집필을 다시 재개하는 데까지 하반기 3개월이 걸렸고, 그걸 마무리 하기까지 연말연시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뛰어왔다.


정말이지, 지난 100일간은 눈을 떠도 논문, 눈을 감아도 논문, 길을 걸어도, 밥을 먹을 때도 논문이었다. 그러나 현업에 본업이 있고 학업이 부업인 삶을 사는 사람에게 늘 내 머리 위를 따라다니는 '논문 구름'을 걷히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당장 눈 앞에 놓인 내 업무를 쳐내다 보면 논문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연말연시 2주의 휴가는 논문 집필용이었고,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하고 노트북 앞에서 논문 원고와 통계분석으로 새치를 길러가며 시름 중이었다. 학문적 글을 쓴다는 것이 하루 이틀 만에 집중해서 뚝딱뚝딱 써진다면, 이 세상 사람들 다 척척석사, 척척박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1년 6개월을 끌어오던 논문 원고를 어제 아침 드디어 출력을 했다. 아직 투고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쉬어갈 수 있는 숨통 트이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어떠한 이론이 없어도, 어떠한 학문적 분석기법이 없어도 편안하게 브런치 글을 써내려 갈 수 있음에 지금 이 순간 너무 신나고 즐겁다.


지난 3개월간 주경야독, 주말공휴일 연구하는 나의 고달픈 투잡 인생에 대한 고찰을 정말 많이 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코로나 19 탓으로 돌리고 싶지만, 코로나 19가 아니었어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흔들리는 나의 멘을 다잡기 위한 굳건하고 강력한 심지가 필요했고, 그래서 늘 내가 왜 이것을 시작했는가, 나는 이것을 이루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에 대한 질문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버텼던 것 같다.


석사졸업과 박사과정 직장 병행하고 있는 6년 차 주경야독러로서 느낀 점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기나 긴 여정을 스스로 동기부여하며 조용히 그리고 묵직하게 이겨내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논리적 사고력을 갖추는 것을 떠나,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고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박사학위는 결과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학위과정이든, 자격증 취득이든, 혹은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이든, 모든 주경야독러분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혹, 누군가가 직장과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길 희망한다면, 정신 바짝 차리고 결연한 의지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또 막상 시작해 보면, 입학 전 우려했던 여러 걱정들은 현실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면서, 시간은 자기 혼자 잘도 흘러 흘러 어느새 졸업을 하게 될 거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아직 나도 박사졸업한 것은 아니지만, 석사시절을 회상해보면 정말 그랬으니까 말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일단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게 현실적으로(금전적으로) 가능하다면, 지르고 나서 생각해도 되는 것 같다. 하다가 도저히 회사때문에 힘들면 휴가 쓰거나 휴학하면 되고(휴가 추천, 휴학 비추. 흐름 끊김. 오래 쉬면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안되면 제적(진짜 대안이 없을 때)이라는 옵션도 있으니. 학위 취득에 뜻이 있다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일단 입학원서를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해 소중한 시간을 통으로 버렸지만, 2021년은 2020년에 날려버린 6개월치 더해서 1.5년처럼 정말 열심히 살아갈 테다. 일도 열심히, 공부도 열심히, 연구도 열심히, 그래서 내년 이맘때쯤에는 나의 박사논문과 함께 Ph.D. 타이틀을 거머쥐고 마리라. '위드 코로나' 시대를 받아들이고 내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가리라. 시간은 유한하고 우리의 인생은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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