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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i Jan 18. 2021

예술과 함께 먹고 마시는 속에서 맺는 관계

동시대미술가 Rirkrit Tiravanija



동시대미술가

Rirkrit Tiravanija(리키릿 티라바니자)

1961년 아르헨티나 출생,
태국인 외교관 아버지와 치의사 어머니 아래에서 태어나 태국, 에티오피아, 캐나다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학력: Ontario College of Art in Toronto (1980–84), Banff Center School of Fine Arts (1984),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1984–86), and Whitney Independent Studies Program in New York (1985–86)
현재 뉴욕, 베를린, 치앙마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작업은 매체에 제한 없이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Pad Thai> Paula Allen Gallery, 1990



Rirkrit Tiravanija(리키릿 티라바니자)가 뉴욕에서 처음 이름을 알리게 된 1990년 Paula Allen Gallery에서 전시 <Pad Thai> 작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는 전시장에 요리도구를 가져와 태국식 볶음 쌀국수를 방문객에게 만들어 나누어주는 일종의 퍼포먼스이자 관객 참여형 작품을 선보였다. 그리고 1992년 303Gallery에서 열린 개인전 <Untitled (Free)>에서는 밥을 짓고 태국 채소 커리를 만들어 나누어 먹는다.

“제 관심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말하는데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경험 자체를 선사하는 데 있습니다.”

Bloomberg의 인터뷰에서 하였던 말처럼, 이후로 작가는 계속해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일상적 경험을 제공하고, 그 경험에 대해 숙고해 볼 수 있는 공공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Soup / No Soup> Grand Palais, 2012
<Soup / No Soup> Grand Palais, 2012
<Soup / No Soup> Grand Palais, 2012



2012년 파리 트리엔날레에서 소개한 <Soup / No Soup>은 Grand Palais의 거대한 공간을 공공 급식소가 연상되는 상황으로 연출시킨다. 작가의 작품 속에서 관람객은 줄지어 서서 그릇에 밥과 카레를 담고, 길게 연결된 테이블에 앉아 식사한다.

2020년 06월까지 열린 런던 ICA의 개인전 <Untitled 2019 (꽃의 모습은 씨앗에게 알려지지 않는다)>은 사케 Bar 또는 테이블에서 서빙되는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배경으로 해가 지고 뜨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Untitled 2019 (꽃의 모습은 씨앗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ICA, 2020
<Untitled 2019 (꽃의 모습은 씨앗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ICA, 2020





<The Land> Sanpatong, 1998~
<The Land> Sanpatong, 1998~



그뿐만 아니라 1998년 이후 현재까지 진행 중인 <The Land>의 경우 태국 치앙마이 근처 Sanpatong에선 예술적, 건축적, 환경적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지역민이나 외부 작가에게 땅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역 작가들과 함께 매년 쌀농사를 짓고 있으며, 초대 작가와 친환경 건축물을 짓는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진행하였다.


작가는 세계적인 건축가 Philip Johnson의 대표작 중 하나인 <Glass House (1949)>의 ‘미니’ 버전으로 Museum of Modern Art 조각 공원에 설치한 <Untitled: 1997 (Glass House)>이나, Rudolf M. Schindler의 대표적 건축물인 Kings Road House (1922)에서 영감을 받아 DJ 부스부터 영상 스크린까지 가능한 크롬과 강철로 지은 구조물 <Untitled 2002 (he promised)>같은 경우처럼 현대의 도래를 알리는 대표적 건축가의 건축물을 작품에 인용해 미술사를 형성하는 역사적 연결점을 되짚어 보기도 한다.



<Untitled> 2017



또 <Untitled 2006 (fear eats the soul / November 1-8, 2004)>는 ‘The New York Times’ 표지 위에 독일의 현대사를 통해 사회와 정치적 문제를 언급한 영화감독 Rainer Werner Fassbinder의 영화 제목이기도 한 “fear eats the soul”을 페인트로 새긴다. 이 문구는 전시장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뿌려지기도 하고, 깃발, 돈, 신문, 티셔츠, 앞치마, 접시 등 여러 곳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감독의 영화를 인용하는 것과 동시에 작가 고유의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0년 태국에서 처음 열린 개인전 <Who’s Afriad of Red, Yellow, and Green> 역시 Barnett Newman 또한 인용한 작품 제목을 재인용해 의미를 겹겹이 담는 것과 동시에 색깔로 나뉜 태국의 현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Fear Eats the Soul> Glenstone, 2019-2020
<Fear Eats the Soul> 2011
<Who’s Afriad of Red, Yellow, and Green> 100 Tonson Gallery, 2010





이렇게 매체와 형식에 구분 없는 관객 참여 프로젝트 형식 안에서 일상에서부터 역사와 정치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주제로 제작된 작가의 작품은 무엇보다 포괄적인 시선에서 해석되어야 그 의미가 확장 될 수 있다.

각 작품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습관 속에 묻혀 둔감해진 가치에 주의를 기울이고 숙고해 일상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도록 해준다. 그렇다면 평범한 일상에 가치를 깨워주는 것과 동시에 작가의 작품이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예술 작품으로서의 역할은 무엇일까?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과연 작가의 각기 다른 작품들을 통일시켜주는 것은 무엇일까? 



<Untitled 2012 (fear eats the soul)> 2012





작가는 관람객을 ‘관계’의 현장으로 초대한다. 그곳은 함께 먹고 마시는 일상적 관계일 수도 있고, 넓은 의미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적이고 사회적 맥락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익숙해져 간과하기 쉬운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의 감각으로 관찰할 기회를 마련한다.

작품의 초대는 학문적으로 증명을  보이려는
물질적 접근 대신 주목하고 관심을 기울일  있는 상황을 관람객에게 제공해 주입된 인식이 아니라 각자 고유의 경험을 갖도록 한다. 작가가 반복적으로 사용한 “Fear eats the soul” 문장과  문장으로 개최한 전시에서 입었던 앞치마에 적혀있던 문구 “Soup feeds the soul” 역시 관념이 아니라 실제적인 것이 우리 삶을 채워나간다고 은유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시도는 개념을 언어로 이론화하여 전달하게 되었을  자칫 따분한 교훈이 되고 마는 취약점을 미술가의 독창성을 발휘해 보완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우리가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상호 영향 속에서 태어난 것을 문장이나 이미지와 같은 고정 된 관념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 각자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직접 경험 속에서 느껴 볼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A retrospective (tomorrow is another fine day) (2004)>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2004





작업에 깔린 이러한 작가의 의도를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2004년 로테르담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에서 열린 <A retrospective (tomorrow is another fine day) (2004)>일 것이다. 관람객은 최소한의 건축적 개입만으로 텅 빈듯한 전시장의 현대적 공간을 작가의 친구인 Philippe Parreno 작가의 목소리로 읽어지는 연극적 글로 가이드 되어 투어 하게된다.

이러한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순간에 집중한 작품은 작가의 배경 중의 하나인 불교 전통 개념과 동시에 동시대 미술이 주목하고 있는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이 시대의 예술은 미적이나 기술적 결과물이 아닌 작가와 작품이 만들어지는 그 과정 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하고 있다.

현재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프랑스 큐레이터이자 이론가인 니꼴라 부리요는 관계 미학을 설명하며 Rirkrit의 작품을 여러 번 언급하였다. 그는 현대 미술가란 “형태의 생산자라기보다는 형태의 가치 유지, 그것들의 역사적, 지리적 권위의 통제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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