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훈, 진시황[始皇]
72. 그 누가 무덤 속 뼈 위로해 줄까
方士求仙去不還(방사구선거불환) 방사들 신선 찾아 떠났다 아니 오고,
驪山銀海象人間(여산은해상인간) 여산능 속 수은 바다 인간 세상 본떴지만
只今誰弔坑中骨(지금수조갱중골) 이제 그 누가 무덤 속 뼈 위로할까
形勝依然百二關(형승의연백이관) 백 두 개 관문들만 옛 모습 그대로네.
백광훈, 진시황[始皇]
[평설]
이 시는 진시황의 일생과 사후의 일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구, 진시황이 방사(方士)를 보내 불사약(不死藥)을 구해 오게 했지만, 방사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진시황의 불로장생(不老長生)을 향한 꿈은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2구, 섬서성(陝西省) 여산(驪山)에 진시황(秦始皇)의 무덤이 있었다. 수은으로 강해(江海)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화려하게 꾸며 놓았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호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3구와 4구, 천하를 주름잡던 황제도 무덤 속 뼈가 되고 말았지만, 만리장성은 예전과 다름없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개인은 허망하게 사라져도 역사는 유구하게 이어진다. 세상에서 온갖 권력과 호사를 누린다 해도 한시적일 뿐 영원할 수 없다. 그러니 인간은 유한한 존재인 것을 즉시하고 무한한 존재처럼 굴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