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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Dec 12. 2024

삼국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52

이제현, 「탁군(涿郡)」

52. 탁군유비의 고향

美壤每每接大行(미양매매접대행)   기름진 땅 태항산에 맞닿아 있어

東秦右臂北燕吭(동진우비북연항)   동으론 진의 팔뚝, 북으론 연의 목구멍

劉郞却愛蠶叢國(유랑각애잠총국)   유비는 도리어 험준한 촉을 사랑하니

故里虛生羽葆桑(고리허생우보상)   고향엔 헛되이 우보의 뽕나무만 자랐네.

이제현, 「탁군(涿郡)」     


[평설]

이 시는 유비가 태어난 탁군의 지리적 가치와 그의 선택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인은 천하 쟁패의 요충지인 탁군을 두고 험준한 촉으로 들어간 유비의 결단을 아쉬워한다. 1, 2구는 탁군의 지리적 위치와 전략적 중요성을 설명한다. 동으로는 진, 북으로는 연과 맞닿아 있어 중원 진출의 요충지였다.

3구는 유비가 오히려 험준한 촉을 선택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잠총국(蠶叢國)'은 촉을 가리키는 별칭인데, 시인은 이를 통해 촉의 험준한 지형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구는 유비의 고향에 남겨진 우보 모양의 뽕나무가 헛되었음을 한탄한다. 이 뽕나무는 어린 유비가 장차 제왕이 될 것이라는 상징이었다. 임금의 의장인 우보처럼 생긴 뽕나무가 자랐다는 고사는 유비의 미래를 암시했지만, 결국 중원이 아닌 촉에서 제위에 올랐다.

시인은 유비가 탁군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두고 험준한 촉을 선택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비는 중원 장악의 기회를 놓치고 한실 부흥이라는 큰 뜻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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