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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Dec 13. 2024

삼국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54

이관명(李觀命), 「關王廟」

54. 부처 곁의 적토마

神馬奔如電(신마분여전)   적토마는 번개처럼 달리면서

洋洋在帝傍(양양재제방)   관제 곁에 의기양양 있더니만

寧隨天竺骨(영수천축골)   어이하여 부처를 따르면서

來顧爾肴觴(내고이효상)   이제 와서 잿밥에 왕림하는가

(原註: 관왕묘와 절간이 곳곳에 뒤섞여 설치되어 있는 까닭에 언급하였다.[關廟、梵宮,處處雜設。故及之])

이관명(李觀命), 「關王廟」     


[평설]

이 시는 관제 신앙이 불교와 습합되는 현상을 비판한 작품이다. 시인은 적토마의 시선을 통해 관제 신앙이 변질한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1, 2구는 적토마의 전성기 모습을 보여준다. 『삼국지연의』에는 적로(的盧), 절영(絶影) 등 여러 명마가 등장하는데, 적토마는 그중의 으뜸이었다. 적토마는 관우에 걸맞은 명마로서 관우의 위상을 높여준다.

3, 4구는 현재 관왕묘의 실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적토마의 시선에서 관우가 불교 사찰의 잿밥이나 받는 대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원주에서 말하듯 당시 관왕묘와 불교 사찰이 곳곳에 뒤섞여 있었던 상황이 이러한 비판의 배경이 되었다.

시인은 적토마라는 상징을 통해 관제 신앙의 본질과 현실의 괴리를 생생하게 드러냈다. 전장을 누비던 적토마가 이제는 불교의 잿밥을 돌아보는 처지가 되었다는 설정은, 관제 신앙이 본래의 정신을 잃고 변질한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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