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흠, 「영사(詠史)」, ‘방덕공(龐德公) 진퇴격(進退格)’
56. 방덕공의 처신을 노래하다
諸葛未能成混合(제갈미능성혼합) 제갈량도 천하통일 이루지 못했고
周瑜秖得定三分(주유지득정삼분) 주유는 겨우 삼분의 형세 만들었을 뿐
超然不赴功名會(초연불부공명회) 초연히 공명의 길에 나서지 않은
千古英雄是鹿門(천고영웅시록문) 천고의 영웅은 녹문의 그 사람이네
신흠, 「영사(詠史)」, ‘방덕공(龐德公) 진퇴격(進退格)’
[평설]
이 시는 방덕공(龐德公)의 은거를 높이 평가한 작품이다. 방덕공은 당대에 명망이 높았는데, 제갈량을 와룡(臥龍)으로, 아들 방통(龐統)을 봉추(鳳雛)로 지목할 만큼 안목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는 유표(劉表)가 예(禮)를 갖추어 여러 번 불렀으나 중국 호북성(湖北省) 양번시(襄樊市) 동남쪽에 있는 녹문산에 은거하며 나오지 않았다.
시인은 제갈량과 주유의 한계를 통해 방덕공의 선택이 지닌 가치를 보여준다. 제갈량은 북벌을 통해 천하통일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주유는 적벽대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삼분의 형세를 크게 바꾸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출사했지만 제 뜻을 이루지 못한 셈이다. 이와 달리 방덕공은 출사보다 은거를 선택하였다.
시인은 출사하여 뜻을 이루지 못한 이들과 방덕공을 비교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은거를 택한 방덕공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당시 조선 사회의 공명을 좇는 풍조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