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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Dec 14. 2024

삼국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57

안정복,「讀薛能詩有感」

57. 설능의 제갈량 비판에 답하다

成敗論人失正平(성패론인실정평)   성패로 사람 판단 공평치 않았으니

要看大節施譏評(요간대절시기평)   큰 절의 보고서야 논평을 해야 하리

莫言諸葛成何事(막언제갈성하사)   제갈량 무슨 일을 이뤘는지 말하지 말라

直揭彛倫萬古明(직게이륜만고명)   떳떳한 도리 높이 걸려 만고에 밝혔도다

안정복,「讀薛能詩有感」     


[평설]

설능은 “당시에 제갈량 무슨 일 해냈던가, 와룡으로 일생 마쳤으면 좋았을 것을"(當時諸葛成何事, 只合終身作臥龍)라는 시구로 제갈량의 실패를 비판했고, 왕안석은 자신의 실패와 동일시하며 이 시를 즐겨 읊곤했다. 시인은 제갈량이 실패를 예견하고도 충절을 지킨 점에 주목했다. 이를 참된 신하의 도리로 보고 설능에 반박하는 시를 지었다.

어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절의에 있지, 성패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일이 비록 좌절되었다 하더라도 절의가 있었다면 응당 평가할 부분이 있다. 제갈량의 북벌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중원의 회복도 이루지 못했다. 그렇지만 나라와 군주에 대한 한결같은 충심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시 한 줄로 제갈량을 실패한 사람이라 규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경솔한 일이다. 시인은 설능의 시를 비판하며 제갈량을 선양한다. 제갈량은 천하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가 보여준 충성과 절의는 만대의 본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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