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동욱 Dec 15. 2024

삼국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59

우성규(禹成圭), 「乙未除夜。守歲于盖陰蝸屋之中。穉孫時讀三國史。歷論昭烈三顧

59. 삼국지에 빠진 손자

守歲穉孫能不眠(수세치손능불면)   섣달 그믐 밤새려고 어린 손자 잠 안 자니,

談今論古便天然(담금론고편천연)   예와 지금 이야기가 자연스레 이뤄졌네.

冉冉光陰雖可惜(염염광음수가석)   덧없이 가는 세월 애석하긴 하지만

爲渠成就喜添年(위거성취희첨년)   아이 성장 보기 위해 기꺼이 늙어가리.

우성규(禹成圭), 「乙未除夜。守歲于盖陰蝸屋之中。穉孫時讀三國史。歷論昭烈三顧之恩。孔明六出之事。娓娓不覺夜半矣。因拈古人除夕韻。祖孫各賦一絶」     


[평설]

이 시는 섣달그믐날 밤에 삼국지를 읽으며 수세(守歲)하는 손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제목을 보면 손자는 삼국지를 읽으며 유비가 삼고초려로 제갈량을 맞이한 일과 제갈량이 북벌하러 나온 일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들어 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세는 섣달그믐날에 잠을 자지 않고 밤을 꼬빡 새우는 일을 말한다. 손자는 잠을 이기기 위해 삼국지를 펴들었는데, 오히려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에 빠져 잠들 수 없었다. 결국 할아버지와 손자는 사이좋게 절구 시 한 수씩을 지었다.

1, 2구는 손자와의 대화 장면을 포착한다. 어린 손자가 잠도 자지 않고 삼국지에 나오는 온갖 이야기에 빠져드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사랑스럽게 그려져 있다.

3, 4구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시인의 감회를 담았다. 세월이 덧없이 빨리 흐르는 것은 안타깝긴 하지만, 손자의 성장을 볼 수 있다면 늙는 것도 두렵지 않다. 세월에 대해 아쉬움과 기대가 함께 담겨 있다. 

시인은 섣달그믐날 밤을 새우는 풍경을 통해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이는 학문과 삶의 지혜가 자연스럽게 전승되는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