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태, 「赤壁圖」
61. 천년의 역사, 한 폭의 그림
赤壁磯頭天疾風(적벽기두천질풍) 적벽의 물가에는 거센 바람 불어오니
南船火發北船紅(남선화발북선홍) 남쪽 배에서 불을 쏘자 북쪽 배 붉어졌네
操權勝敗聞猶快(조권승패문유쾌) 조조와 손권 승부 들어도 통쾌한데,
吳楚江山畫亦雄(오초강산화역웅) 오와 초의 강산은 그림도 웅장하네.
百戰歸來唯逝水(백전귀래유서수) 격전지 돌아보니 흐르는 물뿐이요,
三分事業一漁翁(삼분사업일어옹) 삼분의 그 업적은 늙은 어부 몫이 됐네.
蘇家筆力誰能敵(소가필력수능적) 소식의 문장력을 누가 능히 당해내랴
兒戲千秋眼底空(아희천추안저공) 영웅들 그 다툼도 세월 앞에선 장난일 뿐.
홍세태, 「赤壁圖」
[평설]
이 시는 소식(蘇軾)의 「적벽부(赤壁賦)」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을 보고 쓴 것이다. 이런 그림은 한중 양국에 다 존재한다. 전반부 1∼4구는 적벽대전의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거친 바람과 불타는 배의 모습, 그리고 그 속의 웅장한 강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제갈량이 기원한 동풍과 주유가 감행한 화공(火攻)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었다.
후반부 5∼8구는 역사의 무상함을 담았다. 한때는 치열한 전장이었던 곳이 이제는 평화로운 어부의 삶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두 구절은 소식의 문학적 성취를 높이 평가하면서, 그의 눈에 비친 영웅들의 다툼이 한낱 아이들 장난처럼 보인다는 통찰을 담았다.
소식은「적벽부」라는 명작을 썼고, 이름 모를 화가는 그림을 그렸으며, 어떤 시인은 그 그림을 보고 시를 썼다. 이렇게 무상한 인간의 일들이 흔적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