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좋아하세요?”
프로야구 경기를 시청할 때 중간중간 소개되는 광고 멘트이다.
야구, 좋아한다.
그러니까 그게 1982년 내가 초등학생 때였다.
마땅히 볼거리가 없던 시절에 프로야구는 나에게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롯데, 삼미, 삼성, MBC, OB, 해태 모두 6개 팀이 1981년에 창단을 마쳤고 그다음 해인 1982년부터 경기를 시작하였다.
서울이나 대전, 광주나 대구나 부산에 살았으면 자연스레 그쪽에 연고를 둔 팀을 응원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 고향 제주도에 연고를 둔 팀이 없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 응원할 팀을 고를 수 있었다.
한 살 밑의 내 동생은 OB베어스를 좋아했다.
나는 MBC청룡을 택했다.
왜 MBC청룡을 택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MBC문화방송에서 야구 중계를 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백인천 선수가 있는 팀이라는 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동생과 함께 야구 놀이를 했다.
야구공이 있었냐?
없었다.
방망이도 글러브도 없었다.
그럴싸한 몽둥이 하나 집어 들고 테니스공 하나 구해서 던지고 치는 시늉을 한 것이다.
혼자 있을 때면 수돗가 벽에 네모 반듯한 창문 하나 표시해 놓고 그 안에 공을 던지는 연습을 했다.
심판이 없으니 공을 던져 놓고서는 나 혼자서 “스트라이크! 볼~”을 외치곤 했다.
테니스공이 없을 때는 바닥에서 조약돌 하나씩을 주워서 공중에 던졌다가 떨어질 때 방망이로 치곤 했다.
방망이에 잘 맞으면 “안타입니다.”, “홈런입니다.”라는 중계를 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여럿 모이면 팀을 나눠서 주먹야구를 하기도 했다.
주먹야구에는 정식야구와 다른 게 몇 가지 있었다.
방망이와 글러브가 없는 것, 투수가 공을 세게 던지면 안 되는 것, 도루가 허용되지 않는 것 등이다.
힘이 좋고 발이 빠른 나는 안타도 치고 홈런도 치곤 했다.
중고등학생 때는 주말이면 몰라도 평일에는 야간자율학습이 있어서 야구 시청이 쉽지 않았다.
그때는 아쉬운 대로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들리는 중계 음성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야구장에 처음 발을 내디딘 것은 대학생이 된 후였다.
서울 생활이 타향살이기는 하지만 언제든지 야구장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생활이기도 했다.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한 이들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외친다.
야구팬들도 그에 못지않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
한번 MBC청룡 팬이면 영원한 MBC청룡팬이 된다.
MBC청룡이 LG트윈스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해서 팬들이 다른 팀으로 떠나가지 않았다.
팬들도 선수들과 함께 MBC청룡에서 LG트윈스가 되었다.
1990년, 1994년에 LG트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29년 만인 2023년에 3번째 우승을 했다.
그리고 이제 대망의 4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5전 3선승제인 플레이오프에서 이겨야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다.
거기서 다시 4번을 이겨야 우승트로피를 안을 수 있다.
쉽지 않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기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확률은 75.8%라고 했다.
우리가 졌다.
우리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확률은 24.2%가 되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확률은 83.3%라고 한다.
우리가 또 졌다.
우리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확률은 16.7%가 되었다.
10%대의 확률이 실현될 수 있을까?
나는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아슬아슬한 16.7%의 줄타기가 시작되었다.
3차전에서 겨우 우리가 이겼다.
이제 1승 2패가 되었다.
아직 16.7%는 유효하다.
다음 4차전의 승리가 어느 팀에게 주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LG트윈스의 확률은 어디까지나 숫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