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면 대학교들이 신입생 모집 결과를 발표한다.
갓 스무 살 문턱에 다다른 아이들에게는 잔혹한 계절이다.
전화 한 통, 문자 한 통에 따라 환호와 탄식이 엇갈린다.
한 번 더 공부하겠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진한 아쉬움과 불안이 교차한다.
지난 1년 동안 좀 열심히 공부하지 못한 아쉬움이고 앞으로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불안일 것이다.
도망칠 곳이 없다.
아쉬움은 접어서 버리고 불안은 싸워서 이겨야 한다.
방법은 공부하는 것밖에 없다.
배워야 한다.
배우면 아쉬움을 극복할 수 있고 배우면 불안을 넘어설 수 있다.
지금은 대학 입학이 그들이 넘어야 할 큰 관문이지만 살면서 대학의 문 못지않게 크고 육중한 문들을 숱하게 넘어야 한다.
하나의 문을 열면 앞에 또 하나의 문이 보일 것이다.
그 각각의 문을 열 수 있는 만능열쇠는 없다.
그 앞에 서서 골똘히 궁리하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지나왔기 때문에 잊어버려서 그렇지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엄청난 문들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그 문들을 통과한 승리자이고 합격자이다.
공부에는 젬병이라고 하는 아이들도 지나온 문들 앞에서 제대로 공부했고 잘 배웠다.
국영수를 잘해야만 공부 잘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것 말고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내가 잘 못하는 과목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과목도 생각해 보라.
그러면 나도 대단한 사람인 것을 알 수 있다.
갓난아기 때 나는 배를 밀면서 기어가는 법을 배웠다.
몸을 뱅그르르 돌리면서 뒤집는 방법을 익혔다.
누가 가르쳐준 게 아니라 나 스스로 궁리했고 터득했다.
부모님이 떠먹여 주는 숟가락을 보면서 이런 것들은 먹을 수 있겠구나 깨달았다.
무르팍이 깨지도록 숱하게 넘어지면서 일어서는 방법을 알았고 수없이 배탈을 앓고 열병을 앓으면서 몸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을 깨쳤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하는 이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 공부인지 정말 몰랐다.
그냥 내 앞에 닥친 문제이니까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애쓰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어린 아기 때 배운 것들은 매우 중요한 공부였다.
그것들이 내 인생 공부의 기초였고 기본이었다.
기초가 튼튼하면 그 위에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듯이 아기 때 배운 공부 덕택에 내 인생이라는 건물을 높이 쌓아올 수 있었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음식을 먹어야 하고 먹으려면 먹거리를 움켜잡아야 한다.
이 사실을 배웠기 때문에 먹고살기 위한 지식과 재능을 더 열심히 배우고 계발할 수 있었다.
나에게 웃으며 다가오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나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사람을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공부하게 되었다.
이전에 배운 것이 토대가 되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삶이 주욱 이어졌다.
먹고사는 것을 배우고 사람과의 관계를 배웠다고 해서 배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배움은 어떤 기술이나 재능을 익히는 것만이 아니다.
배움의 문들은 끝없이 다가온다.
그 문들 앞에 설 때마다 어떻게 이 문을 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이 문을 통과하면 어떤 삶이 도사리고 있을까 생각한다.
결국 배움의 문은 우리에게 삶의 문제를 던진다.
스핑크스가 던지는 문제를 풀어야 죽지 않고 길을 갈 수 있듯이 배움의 문이 던지는 삶의 문제를 배워야 살아갈 수 있다.
배워야 살 수 있고 살기 위해서 배워야 한다.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했고 사람이 없어서 배우지 못했다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다.
돈이 없으면 돈 없는 세상을 배울 수 있고 사람이 없으면 사람 없는 삶을 배울 수 있다.
세상천지가 배울거리로 가득하다.
나는 매일 오늘이라는 문 앞에 서 있다.
매일 오늘 배워야 통과할 수 있는 문이다.
우리는 평생 공부하고 배우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