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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Sep 07. 2021

7세, 관계에 대해 고민하다

아이 성장의 증거

아이와 누워 그림책도 읽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정신없이 보낸 워킹맘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아이와 누운 이 시간은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아이들마다 성격이 달라 어떤 아이는 자신의 겪은 일과 기분을 자세히 엄마에게 이야기하지만 어떤 아이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고 물어봐야 조금 할까 말까입니다. 제 아이는 자신의 하루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냥 장난치고 놀이하는데 바쁩니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그래서 나름 자연스럽게 아이의 유치원 생활에 대해 물어봅니다. 별일 없었냐, 무슨 일이 있었냐 물으면 부담스러울까봐 빙 돌려 묻습니다.

“오늘은 어떤 놀이를 했어?”

“오늘 하루는 기분 좋게 보냈어?”

이렇게 물어봤는데 자세한 이야기가 없거나 ‘내가 너무 질문을 많이 했나’ 싶을 땐 내 이야기를 먼저 합니다.

“엄마는 오늘 급식에 미트볼이 나왔어. 형, 누나들이 엄청 좋아하더라. 넌 점심에 좋아하는 반찬 나왔어?”

“엄마는 오늘 어떤 사람이 화를 내서 너무 속상했어.”


이렇게 내 이야기를 시작하면 아이는 관심을 갖고 듣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 오늘 나도 미트볼이 나왔어. 나 6개나 먹었어. 근데 시금치랑 김치는 쪼~금 먹었어.”

“나는 OO이랑 놀이시간에 군인 놀이를 했어. 여러 가지 훈련도 같이했는데 재밌었어.”


이렇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고 끝나면 좋은데 사실 마음속에서 궁금한 것이 있어 물음에 대한 욕구를 참지 못 합니다. 마음속 궁금한 점은 바로 ‘친구 관계’입니다. 



아이가 그동안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지만 항상 궁금합니다. 외동아이이기 때문일까요? 혼자이기에 혹시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진 않나 궁금한 것일까요?


사실 외동을 둔 부모가 아니어도 친구관계에 대한 궁금증 혹은 걱정은 대부분이 가지고 있습니다. 상담주간에 상담을 신청하신 부모님들은 꼭 물으시거든요. 

“아이의 친구 관계는 어떤가요?”

“교우관계가 어떤지 궁금해요.”

학교에서 친구와 전혀 다툼이 없고 배려심 많은 아이의 부모님도 물어보시는 걸 보면 부모의 마음이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도 오늘 참지 못하고 이 질문을 또 했어요.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

순수한 질문을 가장한 엄마의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킬까봐 표정관리도 하며 무심한 듯 물어봅니다.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친구 누구, 누구랑 놀았다고 합니다. 아이는 누군가와 사귈 때 탐색기는 어느 정도 있지만 큰 다툼 없이 어울려 노는 편입니다. 그동안 놀 때 아이를 찾는 친구도 꽤 있었기에 마음속에 아이의 사회성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친구 사이에서 큰 문제는 없겠구나.’ 하는 믿음이요.


그런데 오늘은 그 대답이 미묘하게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그 무엇이 있지요.


친구들이 나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아.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말에 사실 당황스러웠습니다. 아이가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봤을 때, 유치원 선생님에게 듣는 이야기로는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니 나랑은 여자 친구들이 안 놀아. 남자 애들 몇 명도 그렇고.”

“OOO는 여자 애들도 좋아하고 남자 애들도 좋아해.”


갑자기 웃음이 났습니다. 아이가 누군가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 참 신기했고, 어느새 아이의 생각이 부쩍 자란 것 같았어요. 어른한테도 관계가 늘 고민이고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데 그 고민을 내 아이가 시작했으니 아이의 성장을 기뻐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관계에 관심이 없고 고민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걱정스러운 나이, 일곱 살입니다.


“모든 친구들이 나를 항상 좋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더라. 어제 나랑 친하게 지냈던 친구도 조금 다투면 오늘은 나를 덜 좋아할 수도 있잖아. 많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은 것도 좋지만 한 두 명이라도 서로 좋아하는 친구가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엄청 멋진 일이야. 널 좋아하는 친구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혹시 생각나는 친구 있어?”

“응. OO이, OO이.”

“그래. 그리고 너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도 있잖아.”

아이가 다행히 엄마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네요.


한 뼘 성장한 아이의 모습을 오늘도 보았습니다. 관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아이 자신입니다. 제가 옆에서 조언을 해주고 도움은 줄 수 있지만 직접 나서서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부딪쳐보고 경험하면서 좋지 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그러면서 배우는 것이 있을 테니 좋은 방법을 찾아가겠지요. 어떻게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나갈지 지켜보려 합니다.  



아이의 친구 관계에서의 문제를 아이 대신 해결하려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아이 다툼이 어른 간의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아이의 문제를 부모가 나서서 해결할 때 아이에게는 배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보고 실생활에서 적용해보며 시행착오를 겪을 때 아이가 진짜 성장합니다. 조금 지켜보고 기다리는 자세를 가졌으면 합니다. 저 또한 참 어려운 일이지만 꾹 참고 오늘도 지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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