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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Apr 19. 2022

"선생님, 너무 슬퍼요."

잠을 못 자는 아이 이야기


자꾸 손장난을 합니다.

수업에 집중을 못 해요.

공부할 때만이 아니라

색종이 오릴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자꾸 딴생각을 해요.


이름을 불러보지만

아이는 "네" 대답할 뿐

행동을 별로 변화가 없습니다.


어딘가 힘이 없어 보이는 데다

태도가 계속 산만해서

방과 후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이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글썽거려요.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네..."


무슨 일일까요?

가슴이 철렁했어요.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어?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면 안 해도 돼."

"할 수 있어요."


아이가 잠을 못 잤다고 해요.

아이는 엄마 아빠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대요.

그래서 너무 슬프다고 해요.


밤에 계속 그 생각이 나서 잠을 못 잤다고 해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아이의 마음이 슬픔과 걱정으로 뒤엉켜

밤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어른들의 갈등은 아이의 탓이 아닌데

아이에게 아픔을 줄 때가 많아요.

아이가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워요.


고학년 아이들도 부모님의 이혼으로 고민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럴 때 전 이렇게 이야기해요.


"엄마 아빠도 한 사람으로서 행복할 권리가 있어.

엄마 아빠의 선택은 행복하기 위한 거야.

많은 고민을 하고 결정하신 거고.

엄마 아빠가 불행하게 함께 있는 것보다

서로 다른 길을 가실 때 행복하다고 선택하셨으면

우린 그 길을 응원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꾸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어려워요.

아이의 마음을 표정을 통해 계속 살폈고

다시 요즘 어떤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여전히 같은 상황이고

너무 슬프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럼 네가 너무 신경 쓰이고 슬픈 마음이라는 것을

엄마께 전해 보면 어떨까?

마음은 표현해야 전해지는 거야.

힘들 땐 그걸 솔직히 털어놓으면 도움이 될 때가 있어."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아이가 저녁에 엄마께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날 아이는 저에게 살짝 다가와

엄마께 마음을 전해서 후련했고

엄마가 아빠와 잘 이야기하겠다고 하셨다며

빙그레 웃었어요.^^




부부끼리의 갈등은 누구나 있어요.

관건은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냐'입니다.

아이들과도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둘 이상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 갈등은 항상 있다.

그걸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인 중에 인상적인 부부가 계셨어요.

다툴 때 무조건 아이들 없는 곳으로 가신대요.

두 분만 차 타고 가셔서 다투고 돌아오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땐 아이가 없어서 그냥 '대단하다'라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있는 지금에서 돌아보니

'와 진짜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갈등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다툼은 말과 행동에 의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데

그걸 제어하는 이 부부는 정말 대단하죠.


사실 이 부부는 스스로가 아닌

아이를 위한 선택을 하신 거예요.


아이가 부모의 감정을 넘어

슬퍼하고 불안해하면 안 되잖아요.

부부끼리 이런 부분에 대해 서로 대화를 통해

규칙을 세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를 위해서요.^^



부모님 두 분이 계시든 한부모가정이든 조손가정이든

가정의 모습이 어떤 형태이든 상관없이

가족의 분위기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말을 하지 않지만

아이가 속앓이하고 있을지 몰라요.

아이를 중심에 두고 

가정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교사들도 산만한 아이를 볼 때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아이를 바라봐야 합니다.

아이의 웃음을 지켜주기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가 학교생활도 잘합니다.




#초등교육 #부모양육태도 #아이불안 #산만한아이 #정서안정 #교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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