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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스트세븐 Feb 18. 2021

곰곰한 글쓰기 03

식생활에 대하여

[ 食生活 : 식생활 ]

인간의 생활 중 생명의 유지 및 생체의 활동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 일

(출처-두산백과)


식생활이란 살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 섭취를 목적으로 음식을 먹는 일을 뜻한다. 이토록 단순하고 본능적인 뜻이라는 걸 알고 꽤나 충격을 받았다. 나에게 있어서 식생활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결고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고귀한 행위다. 그 안에는 음식과 그것을 먹는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어려운 즐거움이 있다. 그 즐거움이란 것은 단순히 푸드 포르노 같은 음식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먹는 행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분명 식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깊이 있는 즐거움을 추구하고 있다.


[ 週間食單 : 주간 식단 ]

한 주간의 식단을 미리 구성하는 것으로 식생활을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충동적으로 구매한 재료, 세일의 유혹에 넘어가 한가득 사둔 냉동식품, 냉장고에 들어온 지 오래된 재료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한다. 운동선수용 식단처럼 균형 있는 영양소 섭취를 위한 식단이라기보다는 냉장고 속 재료에 의한, 재료를 위한 식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메뉴를 구성하다 보면 냉동식품을 먹은 다음날에는 신선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메뉴를 넣고, 육류가 메인인 날에는 야채를 곁들이려 노력하게 된다. 정해진 규칙 없이 한 주간의 메뉴 구성을 요리조리 맞춰가든 재미가 있다.


[ 先貯藏 後實踐 : 선저장 후실천 ]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발견하면 무조건 저장부터 해 놓는다. 판매 중인 음식이라면 기회가 될 때 사 먹어보고, 조리법이라면 따라 만들거나 집에 있는 재료로 응용해서 만들어본다. 식생활의 주체가 되고 나서야 먹는 것도 만드는 것도 뭐든 직접 해 보아야 휘발되지 않고 남는다는 걸 알게 됐다. 음식에 대한 경험과 레시피가 내 안에 차곡차곡 남아 내 것이 된다. 이 단순한 섭리를 이제야 알았지 뭐람.


사람은 여러 개의 자아로 매일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간다. 각자의 상황, 직업, 그날의 계획에 따라 모두 다른 일을 하지만 음식을 먹는 일만큼은 같을 것이다. 내가 매일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찾아보자. 그게 사는 재미일 테니.



양수빈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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