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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살기로 했다

아침 사색

by 스공더공

방학을 보내는 아이들이 더 바쁘게 보인다.

우리 때 방학은 그저 놀기 바빴는데

아이들은 학원으로 아침 일찍 새로운 등교를 한다. 내가 사는 곳은 교육열이 심한 곳도 아닌데도 점점 아이들이 짊어지고 가는 가방의 뒷모습은 무거워 보인다.

그럼 진짜 학군지에 있는 아이들의 삶은 상상할 수 없는 정도겠지. 그걸 해내는 아이도 대단하고 지켜보는 부모도 대단해 보인다.


아이들의 방학은 수학만으로도 벅차다. 첫째는 중3이라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것 같다. 오늘 새벽 3시에 잠시 일어났더니 갑자기 아이가 왔다. 이제 수학숙제를 다 끝내고 자려고 한다는 말에 잠만 잤던 내가 미안했다.


‘무슨 숙제를 그렇게 많이 내주냐’며 속상함을 표현했지만 아이는 ‘어려워서 그런 거야. 괜찮아. 해냈으니까.. ‘ ‘일찍 깨워줘 ‘라고 말하며 침실로 향했다.


속으로 기특하고 참 근사한 아이구나.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애쓰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사실 다른 교과목은 혼자서도 잘 해내고 있다. 사교육 없이 오로지 순공으로. 수학은 아이가 원해서 다니지만 돈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면 학원은 못 다닐 것이다.

아이는 혼자 공부하는 힘을 기르고 있다.

시키지 않아도 해내고 성장하고 미리 단련하는 아이를 보면 참 기특하고 감사하다.

매일 감사기도를 한다.

감사의 기도는 내가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같다. 옆에서 아이들도 들으면서 엄마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아이 스스로 해내는 힘. 그리고 자신의 부족을 알고 하려는 메타인지를 높이는 힘은 결국 아이들의 마음과 가족의 사랑에서 나온다.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미래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싶진 않다. 다만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하며 살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행복한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조용한 아침시간은 내가 유일하게 독서를 하고 냥이들과 놀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매미의 울음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올여름을 나기 위해 오랜 시간 버티며 견뎌낸 매미들이 기특하다. 울창한 매미소리가 시끄럽게 느끼면 시끄럽지만, 매미가 나오기 전 과정을 이해한다면 울음소리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결과보다는 보이지 않고 지나간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다. 그 책임은 나에게 있고 내일도 오늘 내가 해내는 무언가에. 따라 달라질 수도 그냥 평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훌륭한 강의 자료를 만들 계획이다. 언제 잡힐지 모르는 스케줄을 기다리지 말고 미리 준비해 두자.


매미야 실컷 울어라.. 이 여름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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