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창문을 열어두고 낮잠을 자려는데, 또 시작이다. 매미의 합창이. 처음엔 ‘시끄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제는 나무 아래에서 가까이 큰소리로 우는 매미를 발견했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니 그 울음 속에 뭔가 절절한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작은 몸에서 저렇게 큰 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웠고, 그 울음이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생의 전부를 걸고 내는 외침처럼 들려 뭉클했다.
검색을 통해 매미의 일생을 찾았다.
그리고는 매미의 그 울음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다.
여름 끝무렵, 매미는 나무 가지에 알을 낳는다. 그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곧바로 땅속으로 들어가 긴 시간을 보낸다.
3년, 5년, 때로는 17년까지. 땅속 어둠 속에서 나무 뿌리의 수액을 빨며 묵묵히 기다린다.
세상 밖 햇살이 어떤 색인지도 모른 채로.
그리고 어느 여름날, 드디어 때가 되면 땅 위로 올라온다. 나무에 올라가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는 그 순간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수년 동안 땅속에서 기다린 끝에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니까.
하지만 성충 매미의 삶은 의외로 짧다.
보통 2주에서 4주 정도. 그 짧은 시간 동안 매미는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
짝을 찾는 일. 수컷 매미가 힘차게 우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노래로 암컷을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듣는 그 큰 울음은 사실 ‘사랑의 노래’이자 ‘생존의 외침’이다.
땅속에서 7년을 기다렸는데, 땅 위에서는 단 몇 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것도 생의 유일한 목적인 짝찾기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목청껏 불러야 하지 않을까. 작은 몸이 터져라 소리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매미 울음이 단순히 시끄럽게만 들리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는 듯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내가 지금 여기 있다!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라는 메시지 같다.
요즘 매미 소리를 들으면 짜증보다는 응원의 마음이 든다. 넌 최선을 다하고 있다. 힘내라.
그 작은 생명체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땅속의 긴 기다림 끝에 맞이한 햇살 아래에서, 생의 전부를 걸고 노래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도 매미와 비슷하지 않을까.
준비하는 시간은 길고, 실제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은.
그래서 더욱 목청껏 불러야 하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매미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그들의 노래가 끝나기 전에, 나도 최선을 다해 무언가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다.
매미 소리 함께 감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