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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구언니 Mar 05. 2024

1인 1견 적당히 잘 살아보자

오늘부터 내가 너의 보호자가 되어줄게 #1

3년 전 어느 날,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듯 댕댕이사진과 영상을 구경하고 있던 그때

충격적인 영상을 하나 보게 되는데, 이 영상은 폐허에 버려진 수십 마리의 강아지를 구조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말로만 듣던 '강아지 공장'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이런 삭막한 세상에.. 아무 조건 없이 저런 선행을 베푸는 곳이 있다고? 심지어 민간 보호소잖아?' 물음표만 가득했다.

그때 종종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활동하는 지인 J가 생각났고 바로 SOS 보냈다. "이번에는 나도 실행에 옮겨보고 싶어! 이번 주 토요일에 이곳에 같이 갈래?"


깨끗하게 세탁한 수건도 몇십 장 챙기고, 흡수력 좋다는 배변패드도 차 트렁크에 실었다. 길고 길었던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직장에서 그곳까지 72km 달리고 달려, 영상으로만 봤던 장소에 도착했는데

난 그 문 앞에 서서 여기를 들어가? 말아? 수십 번을 고민하고 또 했다. 어디라고 특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너무 충격적인 모습에 난 말을 잇지 못했고 같이 동행했던 J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지인 J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근처에서 밥이나 먹고 서울로 돌아가자" 역시나 지인 J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차에 앉아 10분 넘게 고민하다가.. 일단 들어가 보기로 결정하고 바리바리 챙겨온 수건, 배변패드를 그대로 놓은 채 빈손으로 터덜터덜 그곳에 올라갔다. 아무런 조건 없이 선행을 베푸는 민간 보호소로 알고 방문한 이곳은 1층은 어린 강아지들을 분양하는 펫샵이었고, 2층은 입장료를 받고 운영하는 애견카페였다.

 내가 아무리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라지만.. 나도 핸드폰이 있고, 인터넷을 할 줄 아는 인간으로 충분히 찾아봤는데? 이게 뭐지? 큰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지인 J와 나는 카페 입장료를 지불하고 2층에 들어섰다. 그 공간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중고등학생들, 애견카페로 알고 방문한 가족단위 손님, 이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 고용한 것처럼 보이는 직원까지

여러 종의 강아지와 고양이, 사람들까지 뒤엉켜 북적거리고 있었다. 나와 지인 J만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우뚝 선 장승처럼 서 있었다.


"낯선 사람이 서 있으면 강아지들이 많이 짖으니, 어디든 앉아주시겠어요? 음료는 뭘로 하시겠어요? 메뉴판 중에 골라주세요" 코팅된 음료 메뉴판을 쓱 내밀었다.

우여곡절 끝에 음료를 고르고 앉아서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난 이것저것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려진 결론은? 이곳은 민간 보호소가 아니며, 파양 의사가 있는 견주들에게 돈을 받고 파양한 고양이, 강아지들을 임시로 맡아주고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면 그 주인들에게 재분양을 하면서 이중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시스템이었다. 서울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이런 시스템을 신종펫샵, 파양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난 72km 달리고 달려서 신종펫샵에 봉사활동을 하러 왔던 것! 물론 무장적 찾아가는 것은 실례이기에, 미리 연락도 주고받았고 다른 봉사활동 후기도 찾아보았는데..



옛말로 눈뜨고 코 베인다고 나도 속았다.

더 이상 이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아서, 목만 축이고 나오던 찰나.. 어떤 학생 무릎에 동그란 검은색 공이 하나 놓여져있는데.. 가까이 가보니 들숨 날숨.. 온기까지 느껴지는 게 아닌가

자세히 살펴보니 검정색 공이 아니고, 동그랗게 말고 있는 강아지였다. 코부터 발톱 끝까지 검은색이라, 어디가 앞발인지, 뒷발인지 구분이 안가던 그때 하얀 흰 자가 보였다. '아 여기가 머리고.. 여기가 눈이잖아?' 공처럼 말고 있길래 자는 줄 알았는데, 무서워서 엉덩이에 코를 박고 있던 모양새였다. 하얀 흰자를 희번덕거리며 무서워! 저리 가!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 학생 무릎과 검은 강아지가 물아일체 상태길래


"학생! 이 강아지 주인 학생인가요?" 물어보았다. 오늘 이 애견카페에서 처음 만난 사이고 한번 무릎에 올려줬더니 안 내려가고 이 상태라며 말 끝을 흐리며 머쩍은듯 웃었다.

괜찮다면 내가 한번 안아봐도 되겠냐 물었더니, 안 그래도 다리가 아팠는데 잘 됐다며 나에게 안겨줬고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던 동그란 검은색 공은 나와 함께 서울에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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