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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May 06. 2024

세월호 생존자, 형제자매, 그 곁의 이야게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_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2024년, 세월호 참사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매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활동들이 이어졌고, 많았지만 올해는 10주기를 맞아 더 많은 이야기들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마치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태어나듯,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세월호 생존자와 형제자매 그리고 그 곁의 이야기를 담은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를 읽었다. 읽는 내내 힘들기도 했지만, 특히 초반에는 눈물을 흘린다는 감각도 없이 눈물이 차오르는 시간이기도 했다. 세월호 감각, 세월호 감수성이라는 언어가 머리에서 계속 떠올랐다. 10대 때 비슷한 또래를, 20대 때 비슷한 또래를 사회적 참사로 많이 잃게된 지금 한국 사회의 20대 청년들과 나는 세대가 다른 청년이지만, 나에게 세월호 참사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은 나의 세계관의 형성과 또 내가 어떤 사회를 살아가고 싶은 것인가, 안전이란 감각, 공동체에 대한 감각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사건이었다. (이 책에서도 한 분이 N번반 사건을 이야기 해주셨듯) 나와 또 세대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사건들이 있을 것이고. ‘우리 아이들’에 비판적이며, “너의 가족이었다면”이란 질문을 고민하며 어떻게 이 사회적 재난과 안전과 돌봄, 공동체 감각을 상상하고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지는 나에게 매우 중요하고, 그러나 여전히 너무 어려운 그런 것인데, 이 안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다.


사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기록집이나 단행본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세월호와 관련된 책들을 읽어오지 않았고, 읽지 못했다. 어떤 발언과 행사, 칼럼 등과 다르게 한 권의 책으로 텍스트들이 이어진 이야기들을 만나는 데에는 뭔가 마음이.. 무언가 마음이 그랬다는 걸.. 오히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책을 이제라도 만나야 되는 거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기도.. 이 책은 10주기를 맞아 나온 책 중 하나이다. 아직 우리 집엔 내가 오래 전부터 책장에 넣어두고도 읽지 않은/못한 세월호 참사 책들이 있다. 올해는 그 책들도 찬찬히 보고 싶다. 너무 늦었지만 더 늦지 않게.


최근에 보았던 드라이브97 영화나 이태원 참사 기록집에서도 느꼈듯 이 책에서도 생존자와 형제자매뿐 아니라 그 곁의 연대자 그리고 세월호 배에 타지 않았지만 생존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사회적 재난에서 누가 피해자인가,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매우 중요하고 실제적인 지원이 되는 것 역시 중요하기에 어떤 범주라는 것이 설정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 범주 설정에서 놓치게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현행 제도에서 그렇지만 우리가 어떤 다른 선택과 시선을 가질 수 있고,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 책이 많은 것을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을 곁에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참사 이후 청소년이란 이유로 원하는 방식으로 목소리가 주어지지 않았던 배제의 경험과 그러나 돌봄의 경험이 뒤섞인 상황을 가지고 10년의 시간을 살아오기까지 어떤 고통과 어떤 다짐과 어떤 돌봄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이으며 살아가는지에 대해 나눠준 모든 분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전하고 싶다. 세월호 참사가 제대로 규명되고, 일종의 해결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언젠가 또 만날지도 모를 사회적 재난에 대해 다른 대비를 했다는 것, 혹은 그러한 참사를 만나지 않을 수 있도록 다른 일상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온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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