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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May 13. 2024

하루의 책상

하루_하루의 책상

“좋아하는 일을 기록하는 건 그 세계를 더 깊고 넓게 만드는 일”이라는 독서가, 기록생활자 하루 작가의 <하루의 책상>. 본격적으로 책으로 들어가기 전인 표지를 요리조리 읽는 것부터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매일 읽는 독서생활자로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있으니 얼마나 반가운 책이겠는가.


이 책은 ‘책장’이 아니라 ‘책상’이란 제목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나를 발견하는 ‘독서기록법‘을 다루고 있는 것. 그래서 책 뒤 부록에는 독서기록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가 있다. 예컨대 노트의 종류와 특징까지 있어서 나는 어떤 타입이 맞을지 생각해볼 수 있다. 나 역시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책을 읽고 노트에 기록을 했다. 내 이름 옆에 저널이라 이름 붙인 독서노트를 썼고, 수 권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일을 하게 되고 그것이 매우 바빠지고 많아지면서 그 체계는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넘어오게 되어 더 이상 손글씨로 노트를 쓰지 않지만 예전 생각이 나기도 하고, 공감도 되고, 또 그때의 나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멋진 독서노트를 여전히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님에게 놀라기도 했다(멋짐!).


중학교 때부터 학교 도서관에 빠졌다는 저자와는 달리 (거의) 책 (읽기) 없는 어린이- 청소년 시절을 지나 청년 시기부터 책을 읽어왔기에 갈증이 훨씬 거대했고 많은 책을 읽고, 매일 읽는 사람이 된 나에게 <하루의 책상>은 ‘책’, ‘읽기’라는 좋아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다른 누군가의 다정한 편지같은 읽기의 시간이었다. 때론 “그치 그치”하며 끄덕이기도 하고 공감하면서(고전을 다시 읽을 때의 이질적 감각과 불편에 대해서도 완전 공감했고요!). 나 역시 책으로 도망가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기에 저자가 책을 읽으며 어떤 유예의 시간을 갖는 마음에 대한 글을 읽으며 공감하기도 하고 나의 그때를 떠올리기도 했다(웃프지만, 책으로 도망가니 책을 엄청 읽게 되기도).


‘좋아하는 마음 다음에 무엇이 와야 할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치지 않고 오래 좋아하고 싶다‘는 하루 작가의 마음에 너무나 공감하고 지지한다. 덕분에 내가 너무 애정하는 독서 생활에 대해서도 더욱 보듬어주고, 힘을 낼 수 있었다. 때론 임금노동과도 상관없고, 바쁜 와중에도 일은 벌여서 책 읽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찡찡대고, 중요한 일로 여겨지지 않기도 한 독서 행위에 아주 가끔은 고민스러울 때가 있었는데, 그런 나를 더 좋아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애매한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것‘인 나의 취미이자 특기이자 사랑의 행위에 대하여.


<하루의 책상>, 하루 산문집, 아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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