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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Oct 18. 2024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기본소득

가이 스탠딩_공유지의 약탈

기본소득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가이 스탠딩의 <공유지의 약탈>을 이번 “피난처에서 만나요” 두 번째 책으로 읽었다. 처음 읽은 <커먼즈란 무엇인가>와 다른 점이 있다면 훨씬 명확하고 명쾌한 커먼즈에 대해 그려볼 수 있는 지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서는 ’공유지‘ 개념을 자연•사회•시민•문화•지식 영역으로 나누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덕분에 한디디의 ‘커먽;0 대한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도 더욱 생각해보게 된다. (자본주의를 넘어, 인 커먼즈에 대해) 물론 영국의 사례라 한국과 동일할 수 없지만 많은 지점 ’전지구적 파국‘의 시대에 공감할 내용이 많았다. 가이 스탠딩은 초반에 ’삼림헌장‘으로 공유지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들을 풀며 각 영역 공유지를 다루면서 “공유지 헌장”을 만들어 간다. 그는 “기본소득은 더 공정한 분배 체제를 위한 닻을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특히 가난한 사람과 주변화된 사람들에게 더 큰 댓가를 요구하는 노동 유연화, 기술 변화, 경제적 불확실성, 공유지 약탈 등에 의해 타격을 받은 프레카리아트에게 보상을 해 줄 것“이라고 썼다. 물론 누군가는 지금의 선별 복지도 약자에게 그런 거 아닌가?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기본소득은 증빙을 통해 누군가를 또다시 경쟁처럼 선별되어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약자에게 더 크게 가 닿을 수 있지만 그것이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가치 속에서 이뤄질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그리고 윗 세대의 그 위부터 이어져온 선별할 수 없는 모두의 기여와 몫으로서.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이참에 읽기도 했고, 오랜만에 기본소득 책이기도 했다. 기본소득을 이야기할 때 탈성장을 말하며 진저리내는 이들도 있는데 꼭 그렇지 않고도 지금의 파국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제안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나는 여전히 생각하고 지지한다.


옮긴이인 안쌤 글에서 ‘모두의 것’과 ‘우리의 것’에 대해 읽으며 한디디의 커먼즈에 대한 글을 생각했고, 우리로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는 ‘현재’의 내가 어떻게 선언적인 모두가 아닌 실제적 모두로부터-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금 가슴에 담았다.


<공유지의 약탈>, 가이 스탠딩 지음, 안효상 옮김, 창비


p61 공유지는 어느정도의 동등자들이 함께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언제나 협동적인 생활방식을 대변했다. 공유지는 이용의 면에서 공적인 것일 뿐만 아니라 사적인 제한과 가정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지대다. 세대를 거쳐 전해내려온 공유지는 사회를 위해 획득된 것을 대변한다.


p62 이 공유지라는 생각은 우리 문화에 새겨져 있으며, 우리 역사를 반영하고 상기시킨다. 공유지는 반시장이자 반정부다. 혹은 적어도 경쟁과 개인주의를 심화시키는 시장에 반대하며, 선천적 관료제와 가부장주의가 있는 정부에 반대한다. 공유지는 공동소유 혹은 집단 소유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공유지는 (비소유자인) 공유자가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권리(용익권)가 있는 사유재산도 포괄한 다. 어떤 사람들은 공유지를 "토지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축에게 풀을 먹이거나 연료를 구하고 동물이 쉴 수 있게 하는 권리를 나누어 가진 지역"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삼림헌장은 이러한 좁은 정의를 넘어섰다. 중요한 점은 공유지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 를 나누어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p79-80 일부 공유지는 공유지를 유지하려는 공유자들의 투쟁이 약화되면서 상실되었다. 수세기 동안 많은 도시 거주자를 포함해 농촌의 소규모 자영농과 무토지 농민은 공유지가 소득의 원천, 사회보호의 수단, 문화적 유대의 제도라는 것을 이해했다. 공유자는 호혜적 관계 및 사회적 연대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으며, 이는 공유지에서 실현되었다. 그러나 진보에 대한 숭배가 커지고 - '향상'은 19세기의 슬로건이었다-대중이 기본적으로 도시 프롤레타리아트가 되자 예전에 공유자였던 사람들은 그 대신 사용자를, 자신들의 사회소득 의 일부를 제공할 국가를 찾게 되었다. 그들은 공유지를 지키는 일 에 대한 관심을 잃어버렸다. 국가 가부장주의가 공유지의 사회보장 기능을 탈취했고, 계급에 기반한 공유지 옹호는 약해지다가 거의 죽어버렸다.


p95 역사 속에서 공유지는 사회소득의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생계권을 부여하고 사회 내의 구조적 불평등을 줄였다. 우리의 현대 공유 지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러나 공유지는 인클로저, 상업화, 사영화, 식민화, 방치 등으로 상실되는 중이며, 공식적인 소득과 부의 불평등 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증대시키고 있다. 우리는 공유지를 회복해야 하며, 공유•연대 보편 성의 원칙을 되살려야 하며, 공유자 -우리 인민-가 공유지의 상 실에 대해 적절하게 보상받도록 보장해야 한다.


p137 1980년대 이래 런던에서 이루어진 거의 모든 주요한 부동산 재개발은 그때까지 공적 공간이던 공적 소유 토지를 사유화하는 방식이 었다.36 긴축정책을 실시한 정권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전국의 지방의회가 필사적으로 유지 비용과 부채를 줄이려 하면서 더 많은 토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많은 지방의회가 자신들이 소유한 토지가 무엇인지, 어떤 토지가 민간 개발업자에게 팔렸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p138-139 사유화는 필연적으로 사회적•정치적 활동을 제약한다. 2011년에(그리고 이후까지) '오큐파이 런던' 항의자들은 패터노스터광장에 있는 증권거래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 을 금지당했다. 왜냐하면 법원의 금지 명령이 명시했듯이 "전적으 로 사적 자산인 광장에서 항의자들이 시위를 벌이거나 항의행동을 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p153 2018년에 법원은 세번째로 영국 정부에 대기오염이 불법적인 수준에 이른 것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선고를 내렸다. 런던 사람들이 숨 쉬는 공기는 국제보건기구가 정한 안전치를 훨씬 넘어섰다. 2017년에 수도의 거의 95퍼센트 지역이 안전치를 50퍼센트 넘어서는 오염 수준이었다. 영국에서는 대부분 저소득층 지역에 사는 450만명 이상의 아동이 위험한 오염 수준에 노출되어 있다. 신체 건강만 아니라 두뇌 발달과 교육적 성취에도 영향을 미치는 대기오염은 불평등의 또다른 원인이다. 연령 분포 의 한쪽 극단을 보면 고오염 지역에 사는 55세 이상은 저오염 지역 에 사는 사람들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40퍼센트 더 높다. 높은 수 준의 대기오염은 모든 연령 집단에서 지능을 약화시킨다. 영국과 전세계적으로 유독한 대기오염에 대한 노출은 화폐소득보다 더 불평등하다." 공유지의 부식이 '사회소득' 불평등을 얼마나 악화시키 는지를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다.


p166 세계 대양의 약 3.5퍼센트만이 시민을 대신해서 국가 소유로 보호받는 바다 공유지다. 나머지는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관리인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통제 없이 착취되며 재생산은 노골적으로 무시되고 있다. 국제협약이 통과 되는 데 필요한 3분의 2를 넘는 수인 140개 이상의 나라들이 2020년 까지 공해조약을 작성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도 러시아도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이 조약이 언제 발효될지는 불확실하다.


p185 주택 공유지의 축소는 노동시장의 성격이 변화하고 프레카리아 트가 증가하면서 두드러졌다. 민간 임대회사와 민간 중개업자는 단 기계약 노동자나 0시간 계약 노동자에게는 임대를 거부했고, 주거 급여 수급자나 이른바 유니버설 크레디트" 수급자는 더 싫어했다. 이들은 무능할 뿐만 아니라 거의 아무 때나 수급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불안정한 급여는 사회 공유지의 상실을 심화시켰다.

 도시의 사회주택은 짜임새 있는 공동체의 보존에 핵심적이다.


p260 영국에서 변화는 대처가 실업급여를 구직수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상징적으로 시작되었다.


p299 일찍부터 일부 논평가들은 이렇게 임박한 도태를 바라보면서 이러한 흐름을 찬양했다. 언론인 크리스토퍼 콜드웰은 도서관이 위기에 처한 것은 지방의회가 그 돈으로 다른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도서관이 위기 에 처한 것은 중앙정부가 지방의회에 주는 돈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콜드웰은 자신의 진짜 편견을 이렇게 드러냈다. "도서관은 19세기 말의 짧았던 전환기에 속하는 것"이며, "나이 든 사람, 부유층, 야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던 곳이다. 이것은 거짓이다. 도서관은 모든 연령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특히 도서관이 무료로 제공 하는 서비스를 개인적으로 구매할 수 없는 프레카리아트와 저소득층에게 소중한 곳이다.


p315 문화 공유지의 축소- 긴축, 사영화, 식민화, 노골적인 방치 등을 통한-는 시민의 자긍심 상실을 포함해서 사회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문화 공유지는 우리의 공유감, 우리의 공감, 우리의 인류애를 배우고 개선하는 장소이자 방법이다.


p368-369 높아진 수업료와 학자금 대출은 사회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저소득층 학생은 수업료 전부나 일부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의 학생보다 학자금 대출이 더 많이 필요하다. 간호사의 자녀들이 사실상 은행가의 자녀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것은 평등의 공동체에서 평등하게 공유하는 경험으로서의 교육 공동체를 침식하게 된다. 또한 정부 재원이 삭감되면서 고등교육의 상업화 가 심화되고, 더 많은 수업료를 낼 수 있는 비유럽연합 학생들을 유치하고, 연구와 설비를 위해 기업과 부유한 개인에게서 기부금을 모 으게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학문의 온전성과 기준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기부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p381-382 사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때 우리는 우리 모두의 부가 우리 자신이 하는 것보다 우리 앞에 있었던 사람들의 노력, 성취, 운과 훨씬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을 성찰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볼 때 우리 모두는 그러한 집단적 부에 대해 공정한 몫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누구의 선조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p409 요약하자면 공유지에서 얻는 모든 이득에 물리는 부담금은 실질 적인 공유지 기금을 조성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모일 총액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는 없다. 어떤 경우에는 부담금이 의도한 대로 행동의 변화로 이어져 여기서 발생하는 수입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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