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승돈 Nov 29. 2024

Roses

roses


간단한 단어인데 합창단에서 한글로 발음을 표기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 'r' 발음은 차치하고 '로우지즈'로 할 것인가 '로우제즈'로 할 것인가를 두고 의외의 격론이 벌어졌다. 아주 엄밀히 말하면 둘 다 틀렸다고 나는 얘기했다. 다만 '로우지즈'로 표기하는 것이 좀 더 비슷할 거라는 의견을 냈다.


단모음 [ɪ]는 사실 '이'도 아니고 '에'도 아니다. 그 사이 어디쯤엔가 있는 발음이다. 강세가 실리지 않으면 더더욱 그렇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 제목 'Beat It' 중 'it'의 발음을 떠올리면 쉽다. 익숙한 규범에 따르면 '비잇 잇'이라고 써야 할 것 같은데 마이클 잭슨의 발음은 실상 '비렛'에 가깝다. 엄밀히 말해 '비렛'도 꼭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릿'이라고 쓰지 않았다는 점이 나름 의미가 있다. [ɪ]는 '이'와 사뭇 다른 소리라는 게 중요하다.


[ɪ]에 딱 맞는 우리말 표기는 없다. 따라서 roses의 발음을 한글로 쓰려고 할 때는 '로우지즈' 또는 '로우제즈'와 같은 두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어차피 완벽한 표기 방법은 없다. 다만 어떻게 쓸 때 합창단원들 발음이 원어에 더 가까울까를 따질 수 있을 뿐.


영어의 모음 발음은 강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각기 다르다. 강세가 있을 때는 흔히 떠올리는 발음을 있는 대로 발음해 주면 되지만, 강세가 없을 때는 흐지부지 약화돼 결국 중립모음 [ə] (또는 [ɪ])로 적당히 발음되곤 한다. 강세와 큰 관계가 없는 우리말 사용자는 영어로 말하거나 노래할 때 모든 음절에 강세를 넣어 발음하다 보니 어색해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ɪ]가 '에'보다 '이'에 가깝기는 한 것 같다. '로우제즈'라고 적을 때보다 '로우지즈'라고 적을 때 아무래도 덜 이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든 너무 악착같이 읽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복수 어미에는 강세가 없는 게 당연한데 너무 강하게 '이' 또는 '에' 발음을 하면 정말 이상하기 때문이다.


편의를 위해 우리말 발음을 적어 드릴 수는 있다. 하지만 참고만 하시고 되도록 원어 발음 그 자체에 익숙해지시기를 권하고 싶다. 강세가 없는 부분은 더욱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부르시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