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문화유산 읽기
[1일 1문화유산] 하루에 하나씩 문화유산을 큐레이션 해드립니다. 글 소재는 그때그때 필자가 꽂히는 것들인데, 주로 건축물, 민속, 조각 등입니다.
☑️ 명칭: 철조 석가불좌상 (혹은 하남 하사창동 철조석가여래좌상)
☑️ 분류: 유물 / 불교조각 / 금속조 / 불상
☑️ 시기: 고려시대 (10세기)
☑️ 수량: 1구
☑️ 소재지: 국립중앙박물관
✅ 이 불상은 철로 만들어진 불상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불상입니다. 높이는 2.8m, 무게는 6.2톤이나 합니다. 무릎과 무릎 사이가 2m나 되니 성인 남자 키보다도 넓습니다.
✅ 1911년, 경기도 하남시 하사창동의 이름 없는 절터에서 땅속에 반쯤 묻힌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발견 후, 창경궁에 있던 이왕가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가, 2004년부터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자리 잡았습니다.
✅ 철불이 발견된 폐사지 근처에 천왕사(天王寺)와 동사(桐寺)라는 큰 절이 있었고, 거대 철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미루어볼 때, 이 철불은 하남(당시 광주) 지역을 장악한 ‘왕규’의 지원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습니다. 왕규는 고려 태조와 혜종의 장인이는데, 혜종대 왕권 다툼에서 밀려 쇠퇴했습니다.
✅ 통통하게 살이 오른 후덕한 얼굴형입니다. 눈은 좌우로 길고 꼬리가 치켜 올라가 있습니다. 눈썹과 이어진 콧대는 뚜렷하게 강조되어 있고, 입은 눈과 코에 비해 작아 보입니다. 귓볼은 늘어날 대로 늘어나 어깨에 닿기 직전입니다. 조명을 받아 이마 가운데에서 빛나는 것은 부처님의 빛나는 털(터럭)을 표현한 백호(白毫)입니다. 이 털은 온 세계에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이 퍼져 나가는 걸 상징합니다.
✅ 몸에는 칼에 베인 상처 같은 것들이 격자 무늬로 나있습니다. 이건 철로 만든 거대 불상의 특징입니다. 철을 녹여 형태를 잡기 위해서는 거푸집을 이용하는데, 이때 불상의 크기 때문에 여러 개의 거푸집을 이어 붙여 주조하게 됩니다. 이 흔적은 거푸집과 거푸집 사이에 쇳물이 흘러 들어가 그대로 굳은 흔적입니다.
지금은 산화된 철이 그대로 노출되어 불상 전체가 검붉지만, 조성 당시에는 반짝이는 금색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무릎 부분에서 옻칠의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옻칠을 두텁게 하여, 표면을 매끄럽게 만든 다음 그 위에 금을 입혔을 것입니다. 노란 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터럭을 통해 금색으로 찬란한 과거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2023년 3월 6일.
박배민.
“문화유산을 사랑해서 이런 저런 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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