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문화유산 박물지
1971년 폭우 속에서 무령왕릉의 문이 열리자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알 수 없는 생김새를 한 돌짐승이었다. 언뜻 보면 돼지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하고, 개인 것 같기도 하다. 바로 진묘수다.
무령왕릉 진묘수는 석수(石獸)의 일종인데, 말 그대로 돌짐승이다. 석수는 궁이나 무덤 앞에 세워두거나, 혹은 무덤 안에 놓아두는 동물상이다. 광화문 앞의 해태나, 조선 왕릉에 있는 석호(돌호랑이)도 석수의 일종이다.
진묘수는 높이 약 30cm, 길이 49cm, 너비 22cm로 아기돼지와 비슷한 크기다. 우선 얼굴부터 살펴보자. 입은 짧고 뭉툭하고, 붉은 염료를 칠한 흔적이 있다. 코는 있지만, 콧구멍은 없다. 눈은 눈알이 튀어나올 듯하며, 귀는 말려 있다. 머리 위에는 닭벼슬 같은 뿔 혹은 벼슬이 달려 있다. 뿔은 철로 만들었다. 뿔이 하나 달려 있다는 의미에서 ‘독각 진묘수’라고도 부르는데, 독각 진묘수는 죽은 사람을 서왕모(西王母, 도교 신화의 최고위 신)에게 안내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이런 해석에서 본다면 무령왕릉 진묘수는 당시 백제에 도교적 저승관이 퍼져 있었음을 알려주는 유물이기도 하다.
이제 뒤를 보자. 뒤쪽에는 꼬리가 일자로 표현되어 있으며, 심지어 항문까지 만들어 두었다.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든다. 몸통 옆과 앞·뒤 다리에는 불꽃처럼 생긴 무늬가 조각되어 있는데 이는 날개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털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유물을 만나는 즐거운 상상의 영역이다.
최근에 흥미로운 발견이 있었다. 진묘수의 원산지가 전라북도 장수군이라는 것이다. 2014년에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진묘수의 시료를 분석했고, 그 결과로 이 암석은 각섬석암(화성암의 한 종류)으로 판명되었다. 더불어, 각섬석암의 주 산지가 장수군임이 확인되었다. 전북 장수와 무령왕릉이 있는 공주는 약 100km 거리로, 도보나 말을 타고 다니던 당시 시대상을 감안하면 상당히 먼 거리이다.
무령왕릉의 진묘수는 무덤 수호의 관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발견되었고, 지금도 비슷한 사례가 없는, 유일무이한 것으로 그 가치가 매우 크다.
진묘수의 귀여운 자태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꼭 한 번 실물로 만나 보시라!
글: 박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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