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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지만 깨달음을 주는 글

by 고아함

네 생명을 파멸에서 속량하시고 인자와 긍휼로 관을 씌우시며 좋은 것으로 네 소원을 만족하게 하사 네 청춘을 독수리 같이 새롭게 하시는 도다.

(성서, 시편 103 : 4~5)


그녀는 한쪽 발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으며 힘겹게 몇 발짝을 걷다 멈추어 섰다. 이내 숨을 몰아쉬며 길에서 나와 눈이 짧게 마주쳤다. 순간 '아프겠다. 다치지 말아야지.' 건강을 소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 조우가 예고였을까? 앞으로 내게 일어날 일을 암시하는...


비가 온 다음날. 뒷산에 오르기 위해 문을 열자 현관에 벗어놓은 간편한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신발장에서 '등산화를 꺼낼까'하다 나지막한 동네 뒷산이니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운동화를 신고 나섰다.

그러다 아뿔싸! 풀이 많아 진드기가 붙을까 싶어 잠시 안은 강아지 하중과 수분을 머금은 비탈진 산길, 발목을 단단히 감싸지 않는 운동화 때문에 방향 전환을 하다 발목이 뒤틀리며 미끄러졌다. 순간 하늘이 노랗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다. 혼자서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강아지는 고통스러워하는 주인을 바라보다 주변에 떨어진 도토리를 천진스럽게 씹고 뱉어버렸다.

다행히 핸드폰은 지참했었고 결국 가족과 119 구급대원에게 연락을 했다.

119 구급대원의 응급조치와 미안하게도 힘겨웠을 이송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 태워졌다. 구급차는 긴급 사이렌을 울리며 병원을 향해 질주했고 차는 도면 상태 따라 흔들렸다. 그때마다 부상입은 발목 통증이 더 심했다. "아-"비명이 절로 나왔다.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의료진의 긴박한 움직임 속에 등산용 바지는 절개됐고 환자복이 입혀졌으며 각종 검사가 진행되었다. 팔의 혈관이 얇다며 주삿바늘도 여러 번 찔렀다.

"아야야야 -" 발목 통증만으로도 죽을 지경인데 팔까지...

" 많이 아프시죠? 조금만 참아 주세요."

남성 간호사가 어른다.


이어 영상 촬영, 이동 침대에 뉘어져 송원에게 인계됐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닫히는 가운데 누군가가 타고 내리는 인기척을 느꼈다.

이송 침대 보에 들려 영상검사대로 옮겨졌다. X레이, CT, MRI까지 가만히 있어도 아픈 다리 발목이 촬영되기 위해 사정없이 각도가 조정되었다. , 또 비명 - 자연분만 산고 못지않았다.


한쪽 발목뼈가 부러졌다. 이로 인해 난생처음 입원을 했고 수술을 받았다. 하반신이 완전히 통나무가 되는 감각 없는 마취를 받았고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수면마취가 긴박감 속에 취해졌다. 그 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눈 뜨시라는 간호사의 음성에 눈을 떠보니 언제 수술을 집도하고,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수술이 잘 끝났다고 했다. , 안도감과 함께 살았다 했다.

그러나 스스로 거동할 수 없어 여러 날 간병인의 도움을 받았고, 퇴윈 후에는 목발과 휠체어를 전전하며 물리치료와 재활 운동을 병행한 통원치료를 받았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더 두렵고 떨리는 것은 2차 수술이 남아 있다는 것. 골절부위 뼈가 접합되도록 삽입한 고정 나사못을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심전도 모니터까지 옆에서 띡-띡-띡 소리를 내니 수술이 더 위중하고 두렵게 느껴졌다. 마취된 하반신 다리 발목은 부드러운 소슬바람만 스치는 듯했는데, 얼마 지나 의사 선생님이 귓가에 수술이 잘 되었다고 안도의 말씀을 하신다.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이제 고통이 멈추었다. 흉터와 발목부위 살 조직의 온전한 회복은 시일이 더 필요하지만 정상으로 걷고 생활하고 있다. 산에 오를 땐 방심하지 않고 발목 보호 등산화도 꼭 신고 내리막길에선 스틱도 사용한다.


인생도 그렇듯 등산도 오르막길보다 내리 막길을 더 조심해야 한다.


발목 골절을 겪은 후 깨달았다. 평소 무관심했던 두 발로 온전히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축복이며 감사인지를...

걷지 못하니 생활 전반이 불편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아야 하니 미안하다.

그리고 수술을 통해 새삼 마취 의술을 새롭게 인식했다. 살을 깊이 절개하고, 부러진 뼈를 고정하는 나사못을 박으며, 다시 절개부위를 닫아 꿰매고, 또다시 절개 후 나사못을 제거하는 일련의 이런 수술이 마취 없이 진행된다고 생각해 보라.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무섭다. 얼마나 고마운 마취인지 신비로웠다. 고통 중에 신이 허락한 자비라는 느낌도 들었다.


이후 사는 일이 겸손해지고 너그러워졌다. 예민한 의식, 생각, 마음에 여유가 들었다.


인생이 순탄하고 평안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고통은 어떤 깨달음을 주기 위해 찾아오는 것 같다.

고통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경험도 하고 싶지 않지만 고통으로 인간의 교만과 자만을 다스리는 것 같다.

그러면서 때로 좋은 일도 있게 해 그 고통을 잊고 삶을 지속하게 한다.


우리들이 쓰고 읽는 글 중에 이렇듯 살며 경험한 다양한 유형의 고통을 진솔하게 표현한 글이 많다.

이러한 글은 체험해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 깨달음은 삶을 관통하는 진리로,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로 확산되어 을 잘 살아내도록 이끈다.

쓰고 싶고 읽고 싶은 글 중에는 고통스럽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주는 글도 다.

*사진출처 : 커버(상)-고아함/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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