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를 추구하지만 브런치에 기록하고 있는 모순
소제목인 '디지털 노마드를 추구하지만 브런치에 기록하고 있는 모순'은 현재 그 자체이다. 최근, 무지 바빠 브런치에 에피소드를 기록할만큼 여유가 없었다. 저번주 내도록 내 목표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내가 해야하는 일들을 모두 정리하고, 이번주 내도록 제주 모슬포항으로 떠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제주 모슬포항이다. 디지털 노마드를 추구하지만 또 기록을 남기고 있는 나는 어떤 의미에선 관종이다. 과시형 관종은 아니지만 기록형 관종의 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제주라는 섬이 내게 해방구가 된 건 꽤 되었다. 부산에선 서울과 비슷한 거리일 수 있지만, 비행기를 타서 안착해있다는 특유의 고립감이 되레 안정감을 주었다. 나를 찾는 누군가에게 "아,, 제가 꼭 가고 싶은데 지금 제주 섬이라서요. 비행기가 없을 수 있어요. 그리고 저는 남쪽 끝이에요. 조선시대 유배지로 많이 가던 그곳이오."란 문장으로 상대의 말문을 막히게 할 수 있다. 브런치 글에 기록한 대부분의 논조는 '사람이 싫다.'이며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문구를 학습적으로 인식해 먹고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성격임을 표현했다. 그렇게 나는 연락과 사람을 피해 일시적 도피를 택하고 말았다.
여기선 3박4일 간 있으면서 무계획으로, 자고 먹고 가끔 일하고 책 읽고 망상할 생각이다. 나란 사람이 사회에서 역할이 많다. 오늘 아침만 해도 엄마에게 혼났다. 아버지 간병을 한다고 집을 비운 엄마가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아침 아홉시 전에 올지는 예상치 못했다. 점심시간 전에만 집 대청소를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했다 그야말로 예상보다 더 일찍 들이닥친 엄마에게 난 그야말로 개털렸다. 부랴부랴 청소기 돌리고, 재활용쓰레기 내다버리고 눈치를 살살보면서 아들로서의 내 역할을 수행해나간다. 엊그제 아버지 병문안을 다녀왔고 잠시 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마련한다는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이번주 주말에 병원갈 때 치킨 사들고 갈께요."라며 전화를 끊고 제주로 갈 가방을 챙긴다. 히피족과 같은 성향 떄문에 3박4일 동안 내게 필요한 건 딱 배낭 한개 뿐이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내려 남쪽 끝인 모슬포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는 내 친구에게 연락했다. 고맙게도 내가 디지털 노마드를 지키며 잘 지낼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장기투숙을 하고 있어 살짝 놀랐을 뿐이다. 짧은 기간 동안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운(Lucky), 아니면 순리다. 디지털노마드지만 브런치에는 꼬박꼬박 기록하는 관종의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머리를 비우고 망상이란 창의를 꽉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