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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한잔의 여유 Apr 30. 2024

케인즈, 그리고 새뮤얼 보울스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과 도덕경제학을 읽고

275번째 에피소드이다.


저번 주말 간 경주로 관광버스 두대를 대절하여 만학도 분들과 당일 워크숍을 다녀왔다. 워크샵은 그야말로 품앗이의 향연이다. 떡, 음료수, 손수건, 기념품 등등 사회를 보시는 분께서 협찬한 분들을 일일히 나열하기 힘들 지경이다.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인데 비용으로 환산해본다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근래 나는 반강제적으로? 케인즈의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과 새뮤얼 보울스의 '도덕경제학(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란 두권을 책을 연달아 읽었다. 케인즈는 누구에게나 너무 잘 알려진 경제학자로, 케인즈학파로 현재까지도 거시경제로 많은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효수요론으로 대표할 수 있는 그의 사상은 이자, 화폐 챕터에서 더 날카롭게 주장을 펼치며, 적절한 정부의 개입과 기존 요소들의 대체의 필요성을 말한다. 거시경제학의 아버지로, 큰 개념의 접근으로 결국 적절한 분배와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책은 상당히 어렵다. 한글버젼으로 보기에도 꽤 애를 먹고 꾸역꾸역 한 챕터씩을 독파해내었다. 반면에 새무얼 보울스는 살짝 다른 접근법으로, 경제학을 논했던 학자이다. 데이터 실험 연구를 중점으로 하는 경제학자로, 경제적 인센티브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근본적으로 시민의 덕성을 지키고 이를 키워낼 수 있는 제대로 된 인센티브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30여년 간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했으며, 경제적 인센티브가 기존 당연했던 것을 보상으로 치환시키는 순간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정수기 물통 교체가 보상이 없더라도 당연시 되던 문화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자칫 잘못 적용하면 오히려 물통 교체가 자발성을 근거로 작동하지 않고 보상과 교환 논리로 갈 수 있다. 작가는 인센티브가 오히려 저해되는 요인들을 짚고 그것들을 반면교사하여 제대로 된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며 방향은 시민이 덕성의 유지와 발현이라 말한다.


두권의 책을 한달여간 꾸역꾸역 독파해내고 맞이한 만학도 분들과의 워크숍은 다양한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먼저,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배움의 시기를 놓친 성인학습자 그리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대학의 위기는 절묘한 교점을 이루고 있다. 만학도들은 배우고 싶으나 대학등록금을 100% 지불할 의사는 현저히 떨어진다. 경제적 능력이 없다기보단 경제관념이 꽉 잡힌 만학도들에겐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의 개념으로 뒤늦은 대학 교육으로 대한다. 지역대학은 학생 등록미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지만 이 시기를 숨고르기하면서 버틸 수 있는, 그리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버팀목이 필요하다. 케인즈는 이런 대한민국과 같은 국가 상황을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정부의 개입은 교육 쪽에서 국가장학금이란 형태로 '유효수요론'과 유사한 형태로 매칭을 시켰다. 지역대학은 평생학습으로 만학도 전용학과를 개설하고 유치하며 대학은 20대 전유물이란 인식을 점차 깨고 있다. 향후 이 방향과 지원이 꾸준할지, 지역대학이 변화의 움직임에 발맞춰 그 모양새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케인즈가 말한 그대로 거시적 안목이 작동하고 있다. 또한 내가 제일 관심있게 보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새뮤얼 보울스는 30여년을 동일하게 해왔다. 시민의 덕성을 강조하며 그것을 지켜나가는 방향, 마치 영국의 빅소사이어티를 연상하게끔 만드는 시민사회 그 자체의 존중이다. 개인이 갖춘 시민으로서의 자세, 책임과 헌신을 말하며 이것을 온전하게 대체할 수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에 100% 동의한다. 우리는 경제적 인센티브, 즉 쉽게 말해 돈으로 대가를 지불하려고 하며 대부분은 성공하지만 또 도저히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일부 실패를 경험한다. 이런 실패가 일어나는 현상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것을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는 것이 현대사회가 더욱더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 자본의 증식, 기술의 발전은 표면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을 뛰어넘는 시민사회가 발현하는 헌신과 책임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것을 수없이 목격하고 고민을 하게 만들지만 개인에 대한 믿음은 항상 쉽게 무너지며, 경제적 인센티브에 굴복하는 모습을 마주하며 실망이 쌓여만 간다. 하지만 그 실망에 포기를 하려고 할 때마다, 뜨문뜨문 피어나는 개인이 시민으로 변해 자발적인 헌신과 책임의식을 보여주며 희망의 끈을 이어가며 개인이 시민으로 변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러한 고민 그 자체가 현재 만학도 분들이 이룬 이 작은 사회에도 존재한다. 그러니, 사회가 재밌고 아직까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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