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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mom Mar 05. 2022

결혼작사 이혼 작곡-인생이 막장이라면 차라리 고마울텐데

아이가 태어났다. 결혼 4년만에 시험관으로 태어난 아이가 조산으로 갑작스럽게 세상밖으로 나왔고, 그 순간에 나는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다. 아이와 내가 퇴원하고 나왔을때쯤 내 산후우울증이 시작됐나보다. 

TV없인 못살던(그래서 PD가 됐는데) 내가 TV속에 나오는 모든 얘기들이 화가났다. 그게 로맨스든, 휴먼드라마든, 코미디든, 그게 뭐든 행복과 위로를 주겠다고 만들어진 모든 것이 보기 싫었다. (그럼에도 TV를 꺼놓으면 세상과 단절되는것 같아서 꺼놓지도 못했고)

그러던 중 뙇! <결혼작사 이혼작곡> 제목부터 당최 뭘 얘기하려는 건지 알 수 없는 이 드라마를 운명처럼 만났다.


요약하자면 같은 직장에 일하는 여자셋의 남편이 모두 바람을 피우고, 그 바람녀들끼리도 또 우연히 친구가 되서 서로의 바람을 어루만져준다. 덤으로 새엄마는 아들을 흠모하고 있고, 본처와 불륜녀와 경쟁이라도 하듯 이 남자를 갈구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 임성한 작가 특유의 귀신, 빙의 등 다채로운 볼거리들이 포진해있다. 

이러니 내 우울증이 달아나지 않을 수 있나. 막장드라마라도 치부하기엔 상상을 초월하는 전개로 박장대소를 불러오는 전개는 고퀄의 시트콤도 울고가라 할 정도이니, 현실의 우울함 따위 오프닝 시작과함께 날아가버린다. 





<펜트하우스>가 막장계의 블럭버스터, 스릴러, 고어물이라면 <결사곡>은 인간극장급 따뜻함(바람녀들이 왜이렇게 구구절절 사연이 많고 인간미가 넘치는지, 바람을 피는건 남자가 찌질해서이지 절대로 여자의 잘못이아니란 말이지)과 SNL보다 더 포복절도(이런표현 요즘도 쓰나? 옛날사람-.-) 웃음과 반전을 선사한다. 요즘 예능은 왜이렇게 재미가 없어, 혹은 나처럼 인생이 좀 살기싫다 할때 꼭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시즌 1. 2에 한정) 사이사이 수습안되는 떡밥들따위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시해 버리는 것도 <결사곡>묘미!

그럼에도 시즌2 엔딩에 너무 상상도 안되는 거대 떡밥을 던져놔서 시즌3를 기다리면서 안달나게 만들더니(시즌3 시작할때 촬영들어가서 본방사수 못하면 어쩌냐 하는 하나마나한 걱정까지 할 정도였는데, 난 아직도 편성이 안났고..)

안타깝게도 시즌1,2의 주역들이 다 빠지면서 시즌3는 떡밥회수고 뭐고 내용에 몰입도 떨어지고 누가 누군지 분간도 안가서 여러번 봐야하는 지경.

하지만 참고 시즌3 완주 예정. 

인생이 척박하다면 꼭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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