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도 없는 하루
전기장판에 녹아버린 몸과 코끝이 시린 아침. 12월의 제주는 제주도여도 춥다. 춥워. 춥다. 춥다.
이불에 몸을 돌돌 말아 김밥속의 노란 단무지가되어 생각했다. 오늘은 무엇을 해야할까. 아무 계획이 없다. 이제 뭔가 더 가고싶은곳도, 하고싶것도 없다. 일단 아침을 먹자.
삶은계란과 마요네즈, 머스타드를 적당히 버무려 식빵위에 슥슥 올리고 썬드라이토마토로 마무리한 샌드위치와 함께하는 아침. 이 일상이 조금 편해졌다. 이곳에 동화되고있다는 증거일까, 이 상황이 이제 낯설지가 않다. 눈이 반쯤 감김 채 입만 오물오물 움직이던중, 옆방언니가 말을 건다.
"오늘 뭐해요?"
"오늘 아무 계획 없어요! 언니는요?"
"그러면 점심 밖에서 먹을래요?"
언니의 제안에 흔쾌히 예스를 외쳤다.
간단한 아침을 먹은뒤 방에들어가 한참을 뒹굴거렸다. 난 이제 뭘 해먹고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뭘 해야할까. 내가 뭘 할수있을까... 머리속은 온통 복잡하고 마음은 불편한데 몸은 참 편하다. 그게 불편하다. 속편한 사람 같아보여서. 홀로있는 방에서도 스스로의 눈치를 보는 처지가 퍽 애달프다.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그래, 밖에 나가면 몸이 제일고생인데, 지금 이렇게 쉬게 내버려두자.
특히 다리 너는 아주 두다리 뻗고 푹 쉬렴! 발바닥 너도!
아니나 다를까. 언니와 점심을 먹고 동네를 한참을 걸었다. 동네 산책을 다녀와서는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고, 동네빵집에서 사온 크로와상과 지난번 만든 귤잼을 가지고 마당에서 피크닉을 했다. 날씨가 좋은 탓이었다. 햇볕에 말려지는 기분이 좋다. 방구석을 굴러다녔던 축축했던 고민들도 함께 마른다. 다 마르고나면 바람에 날려보낼 참이다.
오늘의 우당탕탕 제주도
고내리 산책 -> 잇칸시타 -> 팰롱팰롱 빛나는-> 동네빵집(기억안남,,ㅠㅠ)-> 앨리스의 그림호텔 마당 피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