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
질문) “저는 지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고 약물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한때 저는 문제 있는 정권 아래에서 언론 탄압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 시절, 노조 부위원장으로서 부당한 권력과 싸우느라
수없이 협박받고 감시당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뎠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자율신경계 이상이 생겨
지금은 머리가 떨리는 증상이 멈추지 않습니다.
약을 끊으면 증상이 심해지고,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너무 심합니다.
몸은 약에 지쳐 있고, 마음은 늘 두렵습니다.
누군가 내 머리가 떠는 걸 알아볼까 봐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대답) 이건 단순한 병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건 정의를 지키려 했던 한 인간이 겪은 대가의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잘못한 게 없습니다.
세상이 당신에게 상처를 남겼을 뿐입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世間皆苦(세간개고)” — 세상은 본래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말은 절망이 아니라, 진실의 인정입니다.
지금 당신이 겪는 고통은
당신이 약해서 생긴 게 아니라,
세상이 아직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법구경》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을 이겨낸 이는, 천 명의 적을 이긴 자보다 위대하다.”
당신이 지금 싸우는 상대는 세상이 아니라,
약물 부작용 속에서도 살아 있으려는 자신의 마음입니다.
이미 그 자체로 위대합니다.
몸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그건 몸이 기억하는 전쟁의 흔적입니다.
자율신경은 마음의 그림자와 같습니다.
그 시절의 공포와 분노가 아직 몸 안에서 떨리고 있는 겁니다.
이건 병이 아니라, 몸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살아 있으니, 아직 흔들립니다.
질문) “그래도 저는 부끄럽습니다.
머리를 덜덜 떠는 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두렵습니다.”
대답) 그 두려움, 너무 잘 압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 모든 모양이 참된 모양이 아님을 볼 때, 그때 비로소 진리를 본다.
몸의 떨림도, 상처도, 흉터도 ‘모양(相)’일뿐입니다.
그 모양은 당신의 본질이 아닙니다.
당신의 마음은 떨리지 않습니다.
당신의 용기, 당신의 진심은 그 어떤 병도 건드릴 수 없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신체화된 트라우마라고 부릅니다.
몸이 기억하는 고통은 약으로만 치유되지 않습니다.
약은 증상을 잠재울 수는 있지만,
몸이 느낀 두려움을 안아주는 건 오직 ‘마음의 연민’뿐입니다.
이제부터는 병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 병을 당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세요.
“이 떨림도 나의 일부다.
이 몸은 나를 지키기 위해 싸워준 몸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말해보세요.
그 순간, 부끄러움이 연민으로 바뀝니다.
《유마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病者是我師(병자시아사)”
— 병든 자가 곧 나의 스승이다.
이 말의 깊은 뜻은,
병이 우리에게 ‘무상(無常)’의 진리를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건강할 때는 절대 알 수 없던 것,
몸이 부서지고, 마음이 흔들릴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나의 한계와 존재의 빛을 봅니다.
당신은 지금 그 자리에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비록 약을 먹으며 버티는 하루라도,
그 하루는 깨달음의 자리입니다.
질문) “그럼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첫째,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이 몸은 당신이 정의를 위해 살아낸 시간의 기록입니다.
당신이 떨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세상에 맞섰던 당신의 영혼이 남긴 흔적입니다.
《법구경》은 말합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은 더럽지 않다.”
당신의 몸은 그 연꽃입니다.
둘째, ‘완벽한 회복’이라는 집착을 놓으세요.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應無所住而生其心(응무소주이생기심)”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회복하려는 집착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불완전함 속에 진짜 자유가 있습니다.
셋째, 당신의 이야기를 나누세요.
당신이 겪은 고통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순간,
그건 상처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빛이 되는 증언이 됩니다.
당신의 떨림은 약점이 아니라,
세상의 고통을 느끼는 가장 섬세한 진동입니다.
그 진동은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겁니다.
《대반열반경》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苦海無邊 回頭是岸(고해무변 회두시안)”
“고통의 바다는 끝이 없으나, 고개를 돌리면 그곳이 곧 언덕(해안)이다.”
당신은 이미 고통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고통의 의미를 배우고 있는 수행자입니다.
이제 도망치지 말고, 그 고통과 함께 앉아보세요.
그 자리가 바로 ‘안(岸)’입니다.
이제 이렇게 다짐해 보세요.
“나는 병든 몸이 아니라, 깨어 있는 존재다.
이 떨림은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생명의 소리를 들려주는 신호다.”
그 마음으로 하루를 견디면,
당신의 몸은 조금씩 고요해지고,
당신의 마음은 이미 자유로워집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말씀 한 구절을 드립니다.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
병이 마음을 이길 수 없습니다.
몸이 흔들려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면
그 사람은 이미 부처의 자리입니다.
당신의 용기는 이미 그 자리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당신은 흔들리지 않는 중심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