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즉문즉설]-10. 눈치 속에 갇힌 나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법

질문) “저는 눈치를 너무 봅니다.

회사에서도 큰 잘못을 한 적이 없는데도 늘 불안합니다.

옆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저 사람은 나를 욕하는 게 아닐까,

혹시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습니다.

자신감이 없고, 괜히 숨고 싶어 집니다.

어딘가로 숨어버려 살고 싶다가도,

혼자 사는 건 또 너무 외롭습니다.

저는 자존감이 부족한 걸까요?

아니면 실제로 남의 눈에 부족한 사람인 걸까요?”

대답) 그 마음, 아주 이해됩니다.

‘남의 시선이 두렵다’는 건 단순히 성격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당신의 고통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가 아니라,

‘나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마음의 불안을 “아상(我相)”이라 부릅니다.

‘나’라는 이미지,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틀을 세워 놓고

그 틀에 맞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상태지요.

《금강경》에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모든 겉모습이 진짜가 아님을 볼 때,

그때 비로소 진리를 본다.

즉, 타인의 평가나 시선,

그것들은 모두 ‘상(相)’—모양일 뿐입니다.

그 모양을 진짜로 믿는 순간,

우리는 ‘나’를 잃습니다.

심리학에서도 이 마음을 “타인의 거울 의식”이라 부릅니다.

자신의 가치가 타인의 표정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 상태입니다.

그건 어린 시절부터 우리 사회가 주입한 습관이기도 합니다.

‘칭찬받아야 괜찮은 사람’, ‘인정받아야 살아남는다’는 믿음이

자존감을 갉아먹습니다.

하지만 진짜 자존감은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외우는 주문에서 생기지 않습니다.

자존감은 자기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용기에서 생깁니다.

《법구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스스로를 지키는 자야말로

진정으로 보호받는 자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순간,

그 눈 속에 갇히지만,

자기 마음을 바로 보는 순간,

그 어떤 평가에서도 자유로워집니다.

질문) “그래도 남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죠?”

그 두려움은 아주 인간적인 감정입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모든 것은 인연으로 생하고 인연으로 사라진다.”

즉, 모든 관계는 인연의 흐름 속에 있을 뿐,

좋아함도, 미워함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의 시선이 당신을 평가할 수는 있어도,

그 시선이 당신의 존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 또한 무상(無常)하기 때문입니다.

질문) “그럼 저는 왜 이렇게 눈치를 보게 되었을까요?”

당신의 마음 안에는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어린 시절의 ‘작은 나’가 아직 살고 있습니다.

그 아이는 혼자 버려질까 봐,

늘 주변을 살피고, 표정을 읽으며

세상 속에서 안전을 찾으려 합니다.

이제는 그 ‘작은 나’를 달래야 할 때입니다.

그에게 이렇게 말해보세요.

“괜찮아, 이제는 내가 너를 지켜줄게.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니라,

이 마음이 너의 집이야.”

그 말을 스스로에게 매일 건네면,

타인의 시선이 서서히 힘을 잃습니다.

그게 불교식 ‘자비(慈悲)’의 첫걸음입니다.

《유마경》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外求者迷, 內觀者覺(외구자미 내관자각)”

밖에서 구하는 자는 미혹하고,

안으로 보는 자는 깨어난다.'

남의 시선 속에서 답을 찾으려 하면

항상 불안이 따라오지만,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는 순간

그 불안은 사라집니다.

왜냐하면 그때,

당신은 이미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질문)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시선이 느껴질 때’ 숨을 고르세요.

남이 나를 보는 것 같을 때,

눈을 피하지 말고 조용히 호흡하세요.

숨을 느끼는 순간, 의식이 바깥에서 안으로 돌아옵니다.

이건 작은 ‘관(觀)’의 연습입니다.

둘째, 하루에 한 번 ‘감사 일기’를 쓰세요.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보다,

내가 오늘 어떤 선한 일을 했는지를 적어보세요.

칭찬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함’을 확인하는 연습입니다.

그게 진짜 자존감을 자라게 합니다.

셋째, 비교의 습관을 멈추세요.

《법구경》은 말합니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은

끝없는 괴로움을 낳는다.”

남보다 낫거나 못한 것은 모두 환상입니다.

존재는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입니다.

《금강경》의 이 구절을 기억하세요.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

남의 시선이 나를 옭아매는 게 아니라,

‘그 시선을 두려워하는 나의 마음’이

나를 묶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알아차릴 때,

세상의 모든 눈빛이 더 이상 무섭지 않습니다.

이제 이렇게 다짐해 보세요.

“나는 남의 시선이 아니라,

내 마음의 빛으로 산다.

비난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칭찬이 와도 머무르지 않겠다.”

그 다짐을 이어가면

당신은 어느새 자유로워집니다.

눈치를 보던 마음이 사라지면,

남의 시선 속에서 떠돌던 ‘나’가 아니라

온전히 존재하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스스로를 바로 본 자는

세상을 바로 본 자다.”

— 《법구경》

이제는 세상의 눈을 보지 말고,

자신의 눈을 보세요.

그 눈이 깨어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자유롭고,

이미 충분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