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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즉문즉설] 14. 탐욕의 불길 속에서

잃은 돈과 마음을 함께 놓는 법

by 이안

질문)

주식으로 너무 큰돈을 잃었습니다.

그로 인해 가정도 파탄 나고 지금은 혼자 도시 빈민처럼 살아갑니다.

생계를 위해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일해봤지만 체력이 약해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적당한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은 돈을 반드시 되찾고 싶습니다.

그래서 고금리 사채라도 써서 다시 투자해서 한 번만 크게 벌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납니다.

이건 중독이겠죠?

저는 어떻게 이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대답)

당신의 마음에는 두 가지 고통이 있습니다.

돈을 잃은 고통, 그리고 잃은 돈을 잊지 못하는 고통입니다.

첫 번째 고통은 현실이지만, 두 번째 고통은 마음이 만든 환영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집착을 탐(貪)이라 부릅니다.

탐은 단순히 ‘욕심’이 아니라,

이미 사라진 것을 되찾으려는 마음의 강박입니다.


《법구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탐욕은 불길과 같아서, 그 불길은 자신을 태운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불안과 충동은 바로 그 불길입니다.

잃은 것을 되찾으려는 마음은 결국 자신을 더 잃게 만듭니다.


질문)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는 너무 초라합니다.

이대로는 평생 패배자로 남을 것 같아요.”


대답)

그 마음의 뿌리는 ‘돈’이 아니라 ‘존재의 상처’입니다.


부처님은 《중아함경》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若得無病, 是第一利; 若得知足, 是第一富.”

(약득무병, 시제일리; 약득지족, 시제일부.)

“병이 없는 것이 제일의 이익이요, 만족을 아는 것이 제일의 부(富)다.”


즉, 진정한 부(富)는 외부의 재산이 아니라,

마음의 평안입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잃은 돈을 되찾으려는 욕망으로 병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병을 ‘없애야 한다’고 싸우지 마세요.

그 병을 알아차리는 순간, 이미 치유가 시작됩니다.


심리학적으로 주식 중독은 단순히 ‘도박 습관’이 아닙니다.

이는 자존감 상실로 인한 통제 회복 욕구입니다.


즉, ‘모든 걸 잃었지만, 그래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사람은 다시 베팅합니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무력감’을 견디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그 무력감을 피하려 하지 말고, 조용히 바라보세요.

그게 바로 불교의 관(觀) 수행입니다.


《잡아함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心若調伏, 則世間調伏.”

— “마음이 다스려지면, 세상도 다스려진다.”

즉,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먼저 마음을 고요히 다스리면

세상의 소용돌이조차 평화로워집니다.


질문)

“하지만 저는 이미 너무 잃었습니다.

그걸 되찾지 않으면 제 인생은 실패처럼 느껴집니다.”


대답)

불교에서는 이것을 ‘망상(妄想)’이라고 부릅니다.

망상은 사실이 아니라,

‘그랬어야 했는데’라는 상상 속의 인생입니다.


《유교경》의 가르침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過去已滅, 當觀現在.”

— “지나간 것은 이미 사라졌으니, 지금을 관하라.”


당신이 잃은 돈, 잃은 명예, 잃은 관계는

이미 인연이 다한 것입니다.

그 인연이 떠났다는 건 불행이 아니라,

당신이 새로운 인연을 맞을 공간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불교 교학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연이 다한 것은 사라지고, 인연이 익은 것은 반드시 온다.”


즉, 당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돈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그 마음이 바뀌면,

삶이 당신에게 다시 기회를 줍니다.


질문)

“그럼 앞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대답)

아닙니다.

불교는 현실 도피가 아니라, 정신의 회복을 통한 새로운 실천을 가르칩니다.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투자’가 아니라 ‘수행’입니다.


몸이 약하다면, 걷는 명상이라도 해보세요.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이렇게 숨을 내쉬며 말해보세요.

“지금 이 순간, 나는 살아 있다.”

이 짧은 문장은 마음을 현재로 돌려놓는 불교적 기도입니다.


또한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기 위한 일’을 찾으세요.

그 일이 비록 작은 임금이어도,

그 일을 통해 자신을 다스릴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 부처님이 말한 ‘정명(正命)’ — 올바른 삶의 방식입니다.


《법구경》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자신의 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는 부처의 길에 있다.”

그 단순함이 진짜 자유입니다.


이제 이렇게 다짐해 보세요.

“나는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살지 않겠다.

나는 잃은 마음을 되찾기 위해 산다.

돈은 흘러가지만, 마음은 다시 일어선다.”


이 다짐이 이루어지는 순간,

당신의 불안은 사라지고

탐욕의 불길은 꺼집니다.

그 자리에서 진짜 부(富)가 자랍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말씀 한 구절을 드립니다.

“貪欲是火, 能燒世間.”

(탐욕시화, 능소세간)

— 《법구경》

“탐욕은 불길과 같아, 세상을 태운다.”


그 불길을 끄는 법은 단 하나,

비워냄(捨)입니다.


당신이 잃은 것은 돈이 아니라,

잠시 길을 잃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다시 세우면,

당신은 이미 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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