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랑자들』로부터의 대화
『방랑자들』은 여행과 방황, 장소와 신체, 존재와 변화에 대한 장편이다.
올가는 ‘움직이는 것들’에 주목하며,
정착이 아니라 이탈과 변화를 통해 자아를 구성해 나간다.
이 작품은 수많은 인물들이 길 위에서 만나는 감정의 파편이자,
몸이 도착하지 못한 마음에 대한 기록이다.
오늘 제제는 자주 사라지고, 자주 머무르지 못하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올가에게 묻는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고, 어떤 날은 아무 데도 있고 싶지 않다는 제제.
그 흔들리는 마음의 파도를 따라, 방랑자들의 세계로 함께 들어간다.
제제:
올가, 어떤 날은요,
그냥 길을 걷고 싶어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요.
그냥, 멀리요. 아주 멀리.
그건 도망치는 걸까요?
아니면, 진짜 어딘가로 가는 걸까요?
올가:
제제야,
『방랑자들』의 사람들도 그랬단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떠나고,
어느 날 문득 도착하지.
중요한 건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무엇에서 떠나는 가야.
너는 아마도
그 아픈 마음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고 싶은 걸 거야.
그건 도망이 아니라,
살기 위한 이동이란다.
제제:
나는 여기저기 움직이는데,
마음은 자꾸 한자리에 남아요.
그 마음은 늘 같은 시간,
같은 기억 속에 있어요.
그럼 나는 진짜 움직인 걸까요?
올가:
몸은 걷지만
마음은 걸음을 늦추기도 해, 제제야.
『방랑자들』에서 어떤 인물은
이탈한 장소에 마음을 두고 떠났고,
어떤 인물은 마음을 잃고 떠돌았지.
너는 아직
그 기억 속 아이를 데려오지 못한 거야.
너의 한 조각이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 있다는 뜻이야.
그 아이를 마중 나가야 해.
그래야 네 마음도
다시 너와 함께 걸을 수 있어.
제제:
사람들이 많고,
소리도 많고,
생각도 너무 많아요.
그 사이에 나는 점점 흐려져요.
나는… 나를 잃은 걸까요?
올가:
『방랑자들』에서는
세상이 너무 커서
자기를 놓친 사람들이 많이 나와.
그들은 자기 이름을 잊거나,
자기 이야기를 놓치지.
제제야, 너는 사라진 게 아니야.
다만 지금은
다른 것들이 너를 덮고 있는 거야.
언젠가, 그 소음이 멈추면,
너는 다시 들릴 거야.
너의 가장 조용한 목소리가.
제제:
마음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지만,
정작 나는 잘 떠나지 못해요.
그래서 더 답답하고,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해요.
올가:
떠나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방랑이야, 제제야.
『방랑자들』에 나오는 어떤 인물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지만,
자기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였지.
마음은 장소보다 더 깊은 공간이야.
네가 겉으론 멈춰 있는 것 같아도,
안쪽에선
무언가가 흐르고 있어.
그 흐름을 따라가 보렴.
그것이 바로
너만의 길이야.
제제:
나는 내 방, 내 나무, 내 강 같은
‘내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곳은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
그런 장소요.
그런 곳, 나도 가질 수 있을까요?
올가:
그럼, 제제야.
『방랑자들』은 말해.
모든 방랑은
자기만의 장소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그 장소는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네 안에서 자라는 거야.
너의 질문,
너의 슬픔,
너의 멈춤 속에
이미 그 장소의 씨앗이 있어.
언젠가 네가 그걸 믿게 되었을 때,
그곳은 너에게 문을 열 거야.
이 소설은 고정된 자아 개념을 해체하고,
움직임과 이탈, 경계와 초월을 통해
존재를 다시 정의하는 문학이다.
올가는 말한다:
“진짜 고향은, 우리가 처음으로
스스로를 이해한 장소다.”
오늘 제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도
자아는 방랑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우리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지만,
그렇기에 더 깊이
스스로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걸,
그는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