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인절미
떡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떡을 별로 떡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 모두 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답니다. 떡순이가 살고 있지 않은 저희 집에서는 떡이 인기가 없었답니다.
예전에는 결혼식이나 환갑잔치 후 손님들에게 인심을 가득 담아 음식을 싸주곤 하셨지요. 떡도 그 단골 음식이었답니다. 예식장이나 잔치집에 다녀오시면 챙겨주신 떡이 저희 집에서는 늘 찬밥신세였답니다. 인기가 없으니 결국 냉동실로 들어가게 되지요. 그러면 엄마는 냉동되어 있는 인절미를 꺼내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인절미를 구워주셨어요. 그럴 때면 기름에 인절미가 노릇노릇하게 고소하게 구워졌지요.
인절미는 네모반듯한 모양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손바닥 반만 한 둥글 납작한 구수한 떡이 되었지요. 여기에 설탕을 뿌리거나 꿀을 찍어 먹으면 정말 말 그대로 꿀맛이었어요. 떡을 하도 안 먹는 우리들을 위한 엄마표 간식이었지요. 이렇게 인절미를 프라이팬에 지짐이처럼 구워주시면 너무 맛이 있게 먹었어요.
요즘은 잔치가 끝나고 떡을 싸주는 문화는 아니지요? 또 제가 굳이 떡을 살리도 없고요. 그런데 얼마 전 지인이 낱개 포장된 떡들을 전해주시며 "냉동에 넣어 놓았다 미리 꺼내놓고 아침에 한 개씩 드세요. 아침이 든든하실 거예요." 하며 사랑을 담아 전해 주셨어요. 그런데 다양하게 낱개 포장된 떡 중에 바로 인절미가 들어있었지 뭐예요.
낮에 출출해 급 생각난 인절미를 냉동실에서 꺼내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구워 먹었어요. 인절미를 구워 먹는데 '아! 바로 이 맛이야.'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먹다 말고 목이 메었어요. 오랜만에 먹는 엄마표 간식, 엄마가 만들어 주신 고유한 음식을 먹을 때면 늘 엄마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엄마가 천국에 가시고 정말 이상했던 건 엄마 전화번호는 여전히 있는데 그 번호로 전화를 해도 아무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엄마랑 이제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낯설었어요. 엄마가 병원에 계셨기에 보고 싶을 때나 일이 있을 땐 늘 통화를 했었지요. 그런데 돌아가시고 나자 전화해도 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기가 막히게 다가 오더라고요.
지금 전화하면 받아줄 소중한 사람이 있나요? 긴 말을 하지 않고 목소리만 들어도 좋을 그런 사람이 있나요? 각자 어떤 분이 떠오르실지 모르겠어요. 제 이야기를 듣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시다면 핸드폰을 열어 그분께 전화 한번 드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코로나 시기 건강히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주고받아도 좋겠지요. 그땐 내가 좀 미안했었다고 때늦은 사과도 괜찮겠지요. 사과엔 늦은 때는 없으니까요. 사랑한다고 뜬금없는 고백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아껴두었다가 영 전하지 못할 말이 되지 않게 오늘은 전화 한번 하는 날 되어보면 어떨까요?
또 하나의 제안! 떡을 좋아하시는 분도, 떡을 좋아하지 않는 분도 인절미를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꿀을 찍어 드셔 보세요. 이색 간식이 되어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