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의 원칙이 언제나 최선인가요???
무수히 많은 디자인 분야가 있지만 결국 모든 디자인에는 브랜드가 필요하다.
게다가 요즘 같이 1인 미디어와 SNS가 활성화된 시대에는 개인 역시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하다.
사실 간단해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 브랜드와 BI 등을 만드는 것인데 가끔 내가 겪는 현실에서는 그러한 중대한 작업을 단순하게 판단해 버리는 이해 안 되는 경우들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수도 있지만...)
내가 일하는 조직에는 디자인 전담부서가 없다.
나는 디자인 관련 업무를 하고 있지만 브랜드 디자인이나 BI 등을 기획하는 일은 다른 부서에서 한다.
특정 상품이나 대상을 새롭게 만들고 BI 등을 외부의 디자인 업체에 제작의뢰한 후 여러 개의 시안이 나오면 기획부서에서는 항상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선택한다.
'전 직원 다수결'
다수결.
음...다수결 좋지...
다수가 좋아하는 디자인이니 제일 나은 거다?
글쎄.
물론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추출한 사람들이라면 더 신빙성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차라리 요새 가장 인기 있는 핫플레이스나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몇 백 명을 대상으로 투표하는 것은 어떨지?
폐쇄적인 조직 내에서,
가뜩이나 유사한 업무로 성향조차 비슷해져 가는 (물론 저마다 개성 있고 취향도 다르지만) 같은 직장 내 직원들끼리 다수결로 그 중요한 BI 안의 최종안을 결정하는 것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브랜드나 BI 는 우리 회사 조직원들이 사용할 사내용품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이어야 하는데...)
간혹 일부 상사들 중에는 나에게 개인적으로 여러 개의 시안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지 장단점을 묻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최대한 성심성의껏 말씀드린다.
"1안은 너무 진부하고 뻔한 디자인 같아요. 비슷한 형태도 시중에 이미 많고요.
2안은 색상을 너무 과하게 많이 써서 시선이 분산되고..."
그러나 그뿐이다.
내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그 상사분이 개인적으로 나의 의견이 궁금했을 뿐 나 역시 수많은 투표권자 중 한명일뿐이다.
그리고 최종 결정된 안은....
내 눈에는 별로다. 너무
내가 담당자라면 위탁업체에게 다시 의뢰해서 전면적으로 새롭게 수정을 요청하고 싶기도 하다.
역시나 결과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탄생한 BI는 우리 직원들 외에는(직원들도 그다지..) 딱히 관심이 없었다.
비록 한 분야의 디자인업무를 오래하다 보면 일부 전문가들도 자신만의 아집에 갇히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브랜드를 디자인하고 BI를 만들고 심벌과 캐릭터 등을 만드는 작업들은 수시로 바꿀 수 있는 간단한 사안도 아니고 그 효과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인 만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제시하고 절충하여 최종안을 결정하는 것이 다수결보다 더 나은 방안은 아닐까.
비단 브랜드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요새 주민참여가 강조되는 만큼 공공분야의 디자인에 주민들의 인원수를 채우기 위하여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경우 일부 주민들이 디자인 방향과 전혀 무관한 의견들을 제시하기도 해서 디자인 안이 산으로 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때론 공평해 보이는 다수결이,
무조건적으로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것만이,
현명한 해결책은 아닐 터이다.
게다가 대기업이 아닌 우리 조직은 상사의 입김 또한 디자인 결정에 중요하다.
아무리 높은 분들의 의견이지만 그들의 안목은 3~40년 동안 고집해 온 구시대적 감각이라...
때론 디자인에 전혀 무관심한 분이 결정권을 쥐고 있어서 시대의 흐름이나 트렌드를 맞추지 못한다.
나 같은 평직원은 그래서 매일 속으로만 이렇게 투덜 된다.
'아, 이번에도 진짜 이상한 걸로 결정되겠구나.'
어느덧 40대 중반...
아니 만 나이가 되면서 덕분에 두살이나 어려졌지만,
가끔 두렵다.
나이 드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디자인과 예술을 좋아하고 너무 사랑하는 이런 나지만,
10~20년이 지난 후 나역시 미래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낡은 논리와 구시대적 원칙을 따져대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젊은 세대들에게 쓴소리를 할까봐.
그리고 정작 내자신의 감각이 뒤쳐진 것은 깨닫지 못할까봐.
그래도,
요즘에도,
나이가 아무리 젊어도 새로운 변화를 수용못하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나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결국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감각은 줄어들지 몰라도
예술적인 감성만은 평생 간직하고 싶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브랜드 디자인' 책에 대한 리뷰는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