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선생님은 <그래, 스스로를 고용하라>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우리는 하나의 상징적 의식을 통하여 자신과의 새로운 만남을 선언하는 '나의 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날은 자신의 속에서 가장 자기다운 강점을 발견하고 계발하여, 나머지 인생을 자기답게 살겠다는 약속의 날이다. 당신을 위한 당신만의 날이다. 이 날은 오직 당신을 감동시키기 위한, 조촐하지만 위대한 통곡의 날이 될 것이라고 다짐하라. 이 날을 기점으로 묻어 두어야 할 과거를 떠나 보내야 한다."
- 구본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p.140,151
변화한다는 것은 새로워지는 것이다. 새로워진다는 것은 과거와 단절하고 새롭게 결연히 시작한다는 뜻이다. 구본형 선생님은 지리산 유점마을로 가서 한 달간 포도단식을 한 것이 단절의 시간이었다. 나의 날이었을것이다. 일상에서 떨어져 홀로 다른 곳에 있는 시간. 그렇게 결연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나의 날이다.
나는 지난 9월 정거의 시간에 우연찮게 '나의 날'을 보내게 되었다. 원래 의도는 분기에 한번씩 갖는 하프타임으로써 책을 탈고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이 날이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는 '나의 날'이 되었다.
파주 출판단지 안에 있는 지지향에 하루를 보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화를 신고 단지 뒤쪽 심학산에 올랐다. 산을 오르며 나의 시간들을 생각했다.
심학산 정상에 올라서서 저멀리 내려다보면서 “나의 날, 나의 날, 단절!”이라고 나즈막히 외쳤다. 신기하게도 증인이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내 바로 옆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네가 증인이야”라고 했더니 말귀를 알아듣는 듯 한쪽 귀를 찡긋 했다.
이 날 이후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구본형 선생님의 “시처럼 살다”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에 나의 단절과 결기를 담아 적어놓았다.
나의 날 이후 매일 두 가지를 지키려고 한다. 하루에 2시간을 떼어놓고 하루를 22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1시간은 운동, 1시간은 글쓰기이다. 운동선수들이 매일 운동하는 것처럼 글로 먹고 살려는 나는 매일 글쓰기를 해야 한다.
그동안 매일 지키려고 잔뜩 써놨던 습관/루틴들은 다 지웠다. 딱 2개만 남겨두었다. 하루 1시간 글쓰기, 하루 1시간 운동하기. 물론 다른 루틴들도 매일 지키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2가지이다.
변화를 원한다면, 한번은 '나의 날'을 실행해 보라.
나처럼 혼자 산에 올라 저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세상을 보면서 나의 결심을 외쳐볼 수도 있고, 조용한 카페에서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쓰고는 불태울 수도 있다. 또는 구본형 선생님께서 책에서 제안한 것처럼, 정동진에서 뜨는 해를 보고 차를 몰아 하루 동안 서해로 가서 그날 뜬 해가 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하루가 이렇구나. 하루를 잘 살아야겠구나'라고 느껴볼 수도 있다. 각자만의 변화를 위한 '나의 날'을 실행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