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격적인 커리어 전환은 기술전략 부서에서 교육부서로 옮긴 시점이 아니다. 근무했던 곳보다 낯선 작은 회사로 옮긴 시점이 내 커리어 전환 시점이다. 작은 회사에서 맨땅에 뒹굴면서 '진짜 HRD'를 배우고 싶었다. HRD의 쓴맛과 단맛을 직접 혀끝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교육부서에 있으면서 나는 계속 고민만 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이런 생각이 불쑥불쑥 머리를 들었다. 왜 나는 계속 고민만 할까? 더 늦기 전에 뛰어들어 몸으로 부딪쳐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가 깨달았다. 내 마음은 이미 출발했다는 것을. 나의 본격적인 커리어 전환은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래는 회사를 떠나며 동료들에게 쓴 마지막 인사글이다.
"제가 망원경을 하나 샀습니다!"
안녕하세요? 제목이 조금 뜬금없죠? 망원경이라니...^^
간혹 제 블로그에서 보신 분들도 계실텐데, 제가 작년 말에 거금을 들여 망원경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 꿈이 천문학자였습니다. 까만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는 게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그런 학과로 몇번 지원했는데...떨어졌죠. -_-;
그래도 굴하지 않고 공대 다니면서 별보는 동아리 가입해서 망원경 짊어지고 서울 근교로 별을 보러 다녀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저의 열렬했던 꿈은 대학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시작한 후 회사 업무로 인해, 그리고 일상의 나른함으로 인해 잊혀져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저는 다시 제 꿈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갑자기 천문학과를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구요. ^^ )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제가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제대로 한번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는 이런 고민을 나이 마흔에 오는 통과의례라고 합니다만, 저 또한 쉽지않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다른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지금과 같이 교육/HRD의 길을 가려 합니다. 다만, 좀더 늦기 전에 새로운 곳에서, 좀더 다른 환경에서 제대로 굴러봐야 한다는 생각에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비전을 세우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은 언제나 희망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큽니다. 그렇지만, 이제 당분간은 옆길로 새지 않고 그냥 앞으로만 쭈~욱 나아가려 합니다. 제 꿈을 잠시 잊었던 것을 되새기면서요.
그것이 제가 마흔살이 되기 며칠 전 저 자신에게 망원경을 선물해 준 이유입니다.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에서 행복과 웃음을 찾으시길 기원합니다.
어린 시절 내 꿈은 천문학자였다. 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천문학자의 꿈을 키웠다. 대학 전공으로 삼기 위해 몇 차례 시도했으나 나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별 관측을 시작했다. 자주 망원경을 매고 서울 외곽에서 반짝이는 별을 관측했었다. 지금은 인천공항으로 바뀐 을왕리 해수욕장 백사장에 누워 축제이듯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본 기억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이 시작되자 별을 잊게 되었다. 아침마다 지옥철에 시달리면서 헐레벌떡 출근해서 일하고 회의하다가 어느덧 밤늦게 야근도 많이 하고. 헤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를 뒤로 하고 주말마다 자격증 학원 다니고. 그러면서 난 차츰 별과 멀어졌고 눈을 들어 하늘 한번 쳐다보지를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꿈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미래의 회고'였다. 10년 뒤 미래로 가서 '지난 10년'을 회고하면서 찬란했던 10개 풍광을 그리는 작업이다. 나는 다시 별을 떠올렸다. 다른 참가자들 앞에서 10대 풍광을 하나하나 소리내어 읽어내려갔다. 그러던 중 '별에게 다시 돌아왔다'는 대목에서 멈칫했다. 순간 가슴에서 뭔가 올라오는 느낌. 아마도 그건 내 꿈을 다시 생각해내고 다시 찾고자 하는 욕망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리라.
그래서 마흔의 문턱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망원경을 선물했다. 30대를 잘 보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불혹의 나이 마흔부터는 다른 것에 신경 빼앗기지 말고 원래 꾸던 꿈에만 집중하라는 의미였다. 망원경은 나에게 그런 상징성을 가진다. '이제는 다시 눈을 들어 너의 꿈, 별과 하늘을 보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나는 망원경을 자신에게 선물하면서 새로운 HR 세계로 한발짝 더 다가섰다.